일상생활 어려운 희귀질환 입으로 음식물 섭취할 수 없어 평생 정맥주사로 영양분 공급 소장의 흡수율 높여주는 치료제 최근 개발됐으나 보험급여 안돼 “치료 위해 제도적 보완 필요”
삼성서울병원 소아외과 이상훈 교수가 단장증후군 환아의 보호자와 진료 상담을 하고 있다. 작은 사진은 집에서 보호자가 단장증후군 환아에게 총정맥영양법(TPN) 주사 투여 전 감염을 줄이기 위해 투여 부위를 소독하는 모습. 삼성서울병원 제공
단장증후군은 선천성 또는 생후 수술로 전체 소장의 50% 이상을 잃어 흡수장애와 영양실조를 일으키는 희귀질환이다. 선천적인 유전자 이상으로 짧은 소장을 가지고 태어났거나 괴사성 장염, 장간막 파열, 크론병 등 복부질환 치료를 위해 소장을 많이 절제했을 때 발생하는 질환이다. 워낙 희귀하다 보니 국내 유병률 등 정확한 역학 자료조차 없는 실정이다.
우리가 섭취하는 총 칼로리의 90%, 물과 전해질의 80%는 소장에서 흡수한다. 하지만 단장증후군 환자들은 소장의 면적 자체가 좁아 수분과 전해질을 흡수하지 못하고 그대로 배출한다. 또 심한 설사와 지방변 등의 증상을 겪는다. 이 때문에 아이들이 음식 섭취를 거부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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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민이 아버지는 “한창 뛰어놀 나이에 몸에 호스를 달고 사는 아이를 보면 가슴이 무너진다”며 “초등학교에 다니는 태민이는 정규 수업 외에 체육이나 소풍 등 야외 활동에 참여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농도 영양수액을 주입하는 TPN은 몸속 정맥 중 비교적 큰 중심정맥을 통해서만 투여가 가능하다. 일반적으로 중심정맥에 카테터(관)를 삽입해 진행하는데, 삽관 부위가 감염되면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다.
얼마 전 태민이 역시 삽관 부위 감염으로 패혈증이 발생해 응급실을 찾았다. 태민이 아버지는 “TPN 과정에서 아무리 위생에 신경을 써도 감염이 발생할 수 있다”며 “모든 TPN 환자에게 감염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과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가정에서 TPN 치료를 하는 환자 가운데 카테터 등으로 인한 감염 발생은 연간 0.41∼1.5회에 이를 정도로 매우 빈번하다. 특히 단장증후군 아동의 경우 다른 질환으로 TPN을 진행하는 경우보다 감염 발생 확률이 6배나 더 높다. 다른 환자들보다 면역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단장증후군 아동에게 감염이 발생할 경우 5년 이내 사망률은 30%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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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에선 단장증후군 환자들에게 간편한 피하주사를 놓아 소장의 흡수율을 높이는 치료를 진행하고 있다. 이렇게 하면 TPN의 사용 기간과 용량을 줄일 수 있다. 일부 환자 중에는 TPN을 완전히 중단한 사례도 있다.
국내에서도 지난해 피하주사가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를 받았다. 하지만 아직까지 보험급여가 결정되지 않아 현재 환자들이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 만약 해당 약제가 비급여로 출시되면 연간 비용이 2억∼3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이렇게 되면 비용 부담 때문에 대다수 환자에겐 ‘그림의 떡’일 수 있다.
삼성서울병원 소아외과 이상훈 교수는 “단장증후군 환자들은 소장의 영양분 흡수율만 높여주면 호전 가능성이 크고, 환자의 삶의 질도 크게 개선할 수 있다”며 “근본적 치료제가 없어 오랜 시간 괴로워하고 있는 환자와 가족들을 위해 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