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가 나빠지고 있다는 경고음이 점점 커지고 있다. 작년 11월 이후 “경기가 둔화되고 있다”고 경고해온 한국개발연구원(KDI)은 5개월 만인 어제 “경기가 점차 부진해지고 있다”고 수위를 한 단계 높였다. 국내외 주요 기관들도 일제히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내리고 있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와 투자은행인 노무라증권은 최근 2.5%에서 2.4%로 내렸고 무디스는 2.1%로 내렸다. 정부가 당초 예상한 2.6∼2.7%보다 크게 낮은 수준이다.
경제전망이 하락하는 것은 내수가 부진한 가운데 수출마저 주력 품목을 중심으로 크게 줄고 있기 때문이다. 소비를 의미하는 소매판매액은 2월 마이너스 2.0%를 나타냈고, 설비투자도 26.9%나 감소했다. 생산 소비 투자의 ‘트리플 감소’에다 수출은 4개월 연속 마이너스였다. 앞으로가 더 문제다. 현재의 경기상황을 보여주는 2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11개월째, 앞으로의 경기상황을 보여주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9개월째 하향 곡선을 그렸다. 두 지표가 9개월 연속 같이 하락한 것은 사상 처음이다.
나라 밖 사정도 좋지 않다. 세계 경기가 점점 악화되고 있으며 미중 간 힘겨루기와 브렉시트 관련 영국의 정치적 불확실성도 경제의 발목을 붙잡고 있다. 국내적으로는 가계부채가 작년 말 국내총생산(GDP) 대비 97.9%로, 조사된 34개 선진·신흥국 가운데 가장 높았다. 가계 빚이 많으면 경기가 나빠질 경우 가계가 버틸 수 있는 힘이 없어지고 금융기관의 건전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