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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하얼빈역 안중근 기념관, 2년 만에 재개관 했지만 공사 구역 안에…

입력 | 2019-03-31 18:58:00

30일 재개관한 하얼빈역 안중근 의사 기념관 가보니
안 의사 이토 저격 현장 표식도 복원돼 기념관에서 직접 볼 수 있어
기념관 정문 방향 바뀌고 공사 지역 바리케이드 지나야 찾을 수 있어
중국인 관람객 “기념관 간판을 정면에 달고 안내 표시해줘야”




새로 설치된 안중근 동상. 하얼빈=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

“사형을 받은 아들에게 그녀는 ‘너의 죽음은 너 한 사람의 것이 아니라 조선 전체의 공분을 짊어지고 있는 것이다. 네가 나라를 위해 이에 이른즉 구차하게 목숨을 구걸하지 말고 죽으라’라는 말을 전했다.”

31일 오후 헤이룽장(黑龍江)성 하얼빈(哈爾濱)역 안중근 의사 기념관을 찾은 김민형(25) 씨는 안 의사의 모친 조마리아 여사가 한 말을 소개한 글을 보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따라 읽어 내려갔다.

하얼빈역 안중근 의사 기념관이 30일 규모를 확대해 재개관했다. 하얼빈역사 개축 공사를 이유로 2017년 3월 돌연 휴관, 철거된 지 2년 만이다. 안 의사가 1909년 10월 26일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를 저격한 하얼빈역 플랫폼 현장의 표식도 ‘1909년 10월 26일 안중근 이토 히로부미 사살 사건 발생지’라는 표지판과 함께 복원됐다. 이 표식과 표지판은 개축 과정에서 사라졌었다. 기념관 입구에는 저격 시간인 9시 반을 가리키는 시계 조각품 아래 안 의사의 전신 동상이 새로 설치됐다. 올해는 안 의사 탄생 140주년, 의거 110주년이 되는 해다.

안중근 의사의 이토 저격 현장 표식도 복원


하얼빈에서 어학연수 중인 김 씨는 지난해에는 기념관이 철거된 상태라 기념관에 있던 자료들을 보관하던 인근의 조선민족예술관을 대신 방문하는 것으로 아쉬움을 달랬다. 김 씨와 함께 이날 기념관을 찾은 허담(26) 씨는 “통유리 너머로 하얼빈역 안 의사가 이토를 저격한 1번 플랫폼 장소를 직접 보니 안 의사의 역사가 가슴에 와 닿았다”고 말했다.

개관 이틀째인 이날 관람객이 거의 없어 분위기는 한산했다. 중국은 30일 하얼빈일보 3면 최하단에 1단으로 재개관 사실을 짧게 알렸다.


원래 하얼빈역 남광장 방향으로 나 있던 기념관 정문 방향이 남광장 왼쪽으로 바뀐데다 여전히 진행 중인 하얼빈역사 개축 공사 구역 안에 있어 접근성이 떨어졌다. 공사 구역 바리케이드 안으로 들어가야 찾을 수 있는 기념관으로 가는 안내 표지는 없었다.

이날 기념관을 찾은 중국인 양취안위(楊全余·55) 씨는 “저녁 기차를 기다리다가 관리 직원이 알려줘 왔다”며 “기념관 간판을 광장을 바라보는 정면에 달고 (역사에) 기념관 안내 표시를 해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누가 어떻게 알고 오겠나”라고 지적했다.

양 씨는 “(안 의사는 일제에 대항하는) 반(反)파시스트 전쟁 중에 선도자처럼 전 인류의 행복을 위해, 고난을 겪는 이들을 위해 자신을 희생했다”며 “이런 정신이 매우 존경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인들도 안 의사를 정신을 배우기 원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중국은 공식적인 재개관 기념행사를 열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중일 관계 개선을 염두에 두고 안 의사 기념관 재개관 사실이 대대적으로 알려지는 것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현지 소식통은 “일본 정부는 기념관 재재관을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전했다.

기념관 안 방명록에는 수는 많지 않았지만 이미 기념관을 찾은 한국인들이 남겨 놓은 글들이 있었다. 30일 개관 당일 가족과 함께 기념관을 찾은 한 관람객은 “해외에서 자란 아이들에게 애국의 중요성을 느끼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의미 있는 시간이었습니다”라고 적었다. 다른 관람객은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많은 것을 느끼고 갑니다. 한국에서 국가를 위해 한 몸 희생할 수 있는 정신을 가슴 한 켠에 묻고 가겠습니다”라고 남겼다.

하얼빈=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