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풀 보이/데이비드 셰프 지음·황소연 옮김/488쪽·1만4800원·시공사 갑작스러운 아들의 추락, ‘나 때문일까’ 죄책감에 고통 좌절 않고 이해하려고 애써 “중독 치료, 난해하지만 가능”… 고통받는 이들에게 희망 전해
‘뷰티풀 보이’의 저자 데이비드 셰프(64·오른쪽)와 아들 닉 셰프(37). 닉은 현재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작가로 일하며 중독과 회복에 대한 강의를 한다. ⓒ Christophe De Muynck
분명 ‘뷰티풀 보이’였다. 아버지는 아들의 전부를 기억한다. 동틀 녘 태어난 순간. 세 살 무렵 갖고 놀던 쌍둥이 판다 인형. 부모의 이혼 뒤 축 늘어진 조그마한 어깨. 이따금 반항하던 앙다문 입술…. 눈부시던 아이는 그러나 열두 살 무렵 돌변한다. 마리화나 때문이었다.
내 아들이 당최 왜? 아버지는 과거로 돌아가 원인 파악에 나선다. 가장 의심 가는 지점은 이혼이다. 학기 동안에는 샌프란시스코에서 아빠와, 휴가철과 여름에는 캘리포니아에서 엄마와 지낸 닉. “이 손에서 저 손으로 패스되는 공처럼” 엄마 아빠 사이를 오가는 일은 분명 큰 시련이었을 테지만 그럭저럭 적응해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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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머릿속 시계는 닉의 이복동생이 태어나던 장면으로 건너간다. 닉은 제니퍼에게 푹 빠진 것처럼 보였다. 돌돌 말린 동생을 안아 들고선 오랫동안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하지만 이 대목도 개운치 않다. “내가 너무 좋게만 생각한 걸까? 그럴지도 모른다.”
‘뷰티풀 보이’는 지난해 미국에서 동명의 영화로 제작해 호평 받았다. 사진은 영화의 한 장면. ⓒ Courtesy of Amazon Studios
“내가 아이를 망친 걸까? 내가 너무 오냐오냐했을까? 내 관심이 부족했을까? 관심이 너무 지나쳤을까? 만약에 우리가 시골로 이사하지 않았다면. 만약에 내가 마약을 한 적이 없었다면. 만약에 닉의 엄마와 헤어지지 않았더라면….”
답 없는 질문으로 스스로를 고문하던 끝에 저자는 이런 결론에 이른다. “학대당하며 자란 중독자가 있는 반면, 이상적인 어린 시절을 보낸 중독자도 있다.” 그러고선 이렇게 자신과 읽는 이를 다독인다. “이건 여러분의 잘못이 아닙니다. 우선 그것부터 아셔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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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자기한 육아기록에서 눈물 자아내는 가족 에세이로. 중독의 개념을 다룬 대중 이론서에서 생의 의지를 북돋는 기도문으로. 분절된 세월의 토막마다 이야기 성격이 바뀌어 끝까지 흥미롭게 읽힌다. 비슷한 상황에 처한 이들에게 어떤 식으로든 힘을 발휘할 만한 책이다. 올해 같은 제목의 영화가 국내에서 개봉될 예정이다.
“중독은 난해한 질병이며 심리 장애를 동반해 훨씬 더 복잡한 경우가 많다. 중독과 함께 살아가는 것은 언제나 도전이고 때로는 시련이다. 하지만 이 질병은 치료가 가능하다. 희망은 있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