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캐릭터 등 활용해 호기심 자극… 편의점 1곳당 34개 ‘덕지덕지’ 72%는 밖에서도 볼수 있어 불법… 복지부 “창밖 노출 적극 단속”
서울의 한 학교 근처 편의점 계산대 주변이 맛이나 가격을 강조한 담배 광고로 가득 차 있다. 보건복지부 제공
25일 오후 서울 성동구의 한 초등학교 앞 편의점에서 만난 정모 양(12)은 “편의점에 갈 때마다 담배 광고에 시선이 꽂힌다”며 이같이 말했다. 편의점 계산대 뒤로 만화나 유명 영화 캐릭터를 이용한 각종 담배 광고가 넘쳐나기 때문이다. 한 담배 광고물에는 ‘최상의 맛과 향’, 또 다른 담배 광고물에는 ‘산뜻하고 풍부한 맛’이라는 문구가 쓰여 있었다.
청소년들이 학교 주변 편의점 등에서 담배 광고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담배 소매점의 담배 광고물은 1년 새 50% 이상 늘어 청소년 흡연율을 높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 청소년 흡연율은 2016년 6.3%까지 떨어졌지만 이듬해 6.4%, 지난해에는 6.7%로 소폭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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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지역 한 학교당 주변 담배 소매점은 평균 7곳이었다. 상업시설이 인접한 한 학교 주변에는 담배 판매처가 27곳이나 됐다. 담배 소매점 중 91%는 담배 광고를 하고 있었다. 현행법상 소매점 내부의 광고물은 영업 공간 밖에서 보여선 안 된다. 이를 위반할 경우 1년 이하 징역이나 1000만 원 이하 벌금을 물어야 한다. 하지만 담배 광고물을 설치한 소매점의 72%는 광고물을 밖에서 볼 수 있었다. 담배 광고 차단 규정이 사실상 사문화된 셈이다.
유해성을 숨기거나 담배의 맛 또는 향을 긍정적으로 묘사한 광고 내용도 문제다. 일부 광고들은 ‘유해성분 90% 감소’ ‘풍부한 맛, 부드러운 목 넘김’ 등의 문구로 청소년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다.
판매점주들도 이런 담배 광고의 유해성에 공감하고 있었다. 설문 응답자 544명 중 189명(34.7%)은 담배 광고가 흡연 호기심을 유발한다고 답했다. 77.2%는 학교 주변 200m 안 소매점에서 담배 광고를 금지하는 데 찬성했다.
복지부 정영기 건강증진과장은 “각 지방자치단체와 협조해 소매점 밖으로 노출된 담배 광고를 적극 단속하겠다”며 “청소년 흡연율을 낮추려면 국회 계류 중인 학교 주변 담배 광고 및 진열 금지 법안이 조속히 통과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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