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사·보잉 등 상대 법적조치 금지 규정…항공법 저촉 라이온에어, 서약 서명한 유족 일부 동영상 촬영 유족 보상금, 법적 수령가능한 '최소금액' 수준
항공사 라이온에어가 지난해 10월 발생한 인도네시아 여객기 추락사고 유족들에게 부당한 내용의 서약을 강요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뉴욕타임스(NYT)는 21일(현지시간) 서약서 사본을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라이온에어는 사고 유족들에게 13억루피아(약 1억400만원) 상당의 정부위임 보상금을 지급하는 조건으로 서약서 서명을 요구했다.
서약서에는 보상금 수령 이후 유족들이 라이온에어를 비롯해 그 금융후원사와 보험사, 보잉 등을 상대로 법적 조치를 취할 수 없다는 내용이 담겼다. 서약서에 명시된 ‘법적 조치를 취할 수 없는 단체’에는 수백개, 8쪽 분량에 달하는 보잉사의 하청업체도 포함됐다.
이는 인도네시아 항공법에 저촉된다는 게 NYT 지적이다. 보도에 따르면 2011년부터 시행된 인도네시아 항공법은 상속자들이 정부위임 지불금을 받더라도 항공사 등을 상대로 법적 조치를 취할 권리는 유지된다.
아울러 유족들은 서약 전 내용 검토를 위해 서약서를 복사해 소지할 수 없었으며, 서약서에 ‘변호인과 상담할 수 있다’고 적혀 있음에도 실제 서약서 검토를 위한 변호인 참관은 할 수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심지어 서약서에 서명한 이들 일부는 라이온에어 측이 자신들의 동영상을 촬영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같은 라이온에어 측 행태로 인해 일부 유족들은 서약을 거부했다.
이 사고로 24세의 아들을 잃은 라디에브 누르바나도 서명을 거부한 인물이다. 그는 “(서약서를) 주의 깊게 읽거나 검토할 시간이 없었다”며 “이는 잔인하고 불법적”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유족들이 수령하게 될 보상금은 인도네시아 법에 따라 지급 받을 수 있는 ‘최소 금액’ 수준이었다고 NYT는 전했다.
라이온에어 여객기 사고 유족들을 대리하는 찰스 헤르먼 변호사는 “라이온에어의 서약서는 매우 비정형적”이라며 “나는 이런 걸 본 적이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수십 년 동안 항공사고 관련 소송을 다뤄왔다.
이 밖에도 라이온에어는 사고 여객기 부조종사 하르비노 유족들에 대한 하르비노 몫의 연금지급 및 구두합의 사항인 자녀 교육비 지급을 거절했다고 한다. 하르비노는 사고 전 5000시간 이상을 비행한 베테랑으로, 그 유족은 보잉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상황이다.
하르비노의 누나 비리 울란다리는 “그들이 내 번호를 차단했다”며 “회사는 우리를 끔찍하게 대하고 있다. 우리도 피해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고 당시 라디에브의 아들에게는 임신한 아내가 있었다. 라디에브는 며느리에게 알리지 않고 누락됐던 유해를 수령해 묻었다. 라디에브는 “우리는 동물이 아니라 인간”이라며 “우리에게도 존엄성이 있다”고 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