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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뛰는 외국인 봤어?…알리바예프, 최용수 눈은 옳았다

입력 | 2019-03-18 17:52:00

10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중원구 성남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19 2라운드 성남FC와 FC서울의 경기에서 FC서울의 알리바예프가 돌파하고 있다. 2019.3.10/뉴스1 © News1


“아시안게임 때 우즈베키스탄 경기를 봤는데, 이 친구가 눈에 확 들어왔다. 그때 굉장히 인상 깊었다. 이런 선수가 지금 FC서울에 필요하다고 생각해 가장 먼저 요청했다.”

우여곡절 끝에 벼랑 끝에서 살아남았던 2018시즌 막바지 최용수 FC서울 감독이 했던 말이다. 그가 말한 아시안게임은 지난해 여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였으며 그때 최 감독은 방송 해설위원으로 잠시 외도를 하고 있을 때다. 일선에서 한 발 떨어져 축구를 보았던 것을 그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정말 많은 것을 배우고 또 생각하게 됐던 때”라고 돌아봤다.

한국 선수들도, 또 상대 선수들도 객관적으로 바라보던 ‘해설위원 최용수’는 우즈벡 대표팀의 미드필더에게 시쳇말로 꽂혔다. 그 주인공이 올 시즌 FC서울 스쿼드에 아시아쿼터로 합류하게 된 알리바예프다.

최 감독은 확신을 가졌고 사실상 지난해 말 소방수로 팀에 돌아왔을 때부터 구단에 알리바예프 영입을 요구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구단이 알리바예프 영입을 공식발표한 것이 지난해 12월13일이었으니 일찌감치 ‘작업’에 들어간 게 맞다. 뚜껑을 열어보니, 필요성을 느낄만한 플레이를 보여주고 있다.

세르비아 득점왕 출신의 스트라이커 페시치가 후반 교체로 투입돼 적응기를 갖고 있는 것과 달리 알리바예프는 개막전부터 지난 16일 제주 유나이티드와의 3라운드까지 모든 경기에 출전해 중원의 핵심으로 활약하고 있다. 3경기에서 2승1무를 거두면서 상주 상무에 이어 2위를 달리고 있는 FC서울의 초반 선전에 알리바예프의 공이 적잖다.

창의성을 지닌 미드필더라는 평가다. 다수의 미드필더들을 보유하고 있었으나 정작 과감하고 공격적인 마인드를 가진 첨병이 없어 고전했던 FC서울의 중원에 활기를 불어 넣고 있다. “공의 방향도, 선수들의 생각도 모두 앞을 향해야한다”는 지론의 소유자인 최용수 감독의 적극적인 축구에 도움을 줄 미드필더다. 단순히 센스만 갖춘 것도 아니다. 외국인 선수답지 않은 이례적인 ‘성실함’이 더 눈에 띈다.

FC서울의 2019시즌을 바라보는 시선은 그리 따뜻하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지난해 그렇게 바닥을 치고도 딱히 새로운 얼굴이 합류하지 않은 탓이다. 가시적인 플러스 요인은 알리바예프와 페시치 그리고 임대됐던 오스마르가 돌아온 것 정도다. 아직 오스마르는 출전하지 못하고 있다. 수비수였던 박동진이 최전방 스트라이커로 변신, 박주영과 호흡을 맞추고 있을 정도로 FC서울의 스쿼드는 풍족함과 거리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막 후 2승1무 호성적을 거두고 있는 것은 ‘간절히’ ‘악착같이’ 변한 것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전문가와 팬들을 막론하고 가장 많이 언급되는 서울의 변화는 ‘뛰는 것’이다. 모든 선수들이 한 발 더 뛰고 있고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고 있다. 아직 공격 전개에서 세련미가 떨어지고 있는데, 그래도 버틸 수 있는 것은 희생이 있는 까닭이다. 3경기 무실점은 FC서울이 유일하다.

그 중심에 외국인 알리바예프가 있다. 1994년생, 이제 25세의 젊은 나이답게 거침없고 패기 넘치는 플레이로 힘을 불어넣고 있다. 더 인상적인 것은 종료 휘슬이 울릴 때까지 근면성실하게 뛴다는 사실이다.

지난 16일 제주전에서 그랬다. 시종일관 팽팽한 공방전이 펼쳐졌고 종료 때까지 0-0 균형은 깨지지 않았다. 시즌 첫 승이 목마른 제주도 혼신을 다했다. 그런 제주에 서울 선수들의 집중력이 밀리지 않았는데, 특히 끝까지 최전방과 최후방을 누비던 알리바예프가 돋보였다.

알리바예프는 모든 선수들의 체력이 고갈됐을 후반 추가시간까지 악착같이 수비하고 이 악물고 공격했다. 무리다 싶은 위치에서 중거리 터닝슈팅을 시도하던 때는, 모두 선수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 스스로 어떻게든 해보고 싶다는 승부욕도 느껴졌다.

최용수 감독은 “지금 FC서울에게 필요한 것은 간절함이다. 매 경기가 올 시즌 마지막 경기라는 자세로 임해야한다”고 누누이 강조하고 있다. 그래서 베테랑 박주영부터 캡틴 고요한에 공격수로 변신한 박동진까지 모두가 신인처럼 필드를 누비고 있다.

한국 무대에 처음 도전하는 외국인 미드필더 알리바예프까지 그 간절함을 알고 있는 모습이다. 주입을 시켰는지 원래 자질을 타고 났는지까지는 모르겠으나, 일단 최용수 감독의 눈은 옳았다. 이렇게 뛰는 외국인 선수는 흔치 않았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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