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서울국제마라톤 겸 제90회 동아마라톤 D―1] 2030 열광…‘젊어지는 마라톤’
러닝크루 ‘유콘’ 회원들이 서울 남산에서 정기 러닝 훈련을 하고 있는 모습. 2014년 서울과 대구를 기반으로 결성된 유콘은 서울에서만 매주 수요일 150∼200여 명의 참가자들이 모여 함께 달린다. 유콘 제공
2019 서울국제마라톤이 역대 최대 참가자인 3만8500명을 기록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정 씨와 같은 ‘2030세대’ 참여가 대폭 늘어난 것도 한몫했다. 지난해 1만2236명이던 2030 참가자는 1만5994명으로 늘었다. 30대 참가자는 전체의 24.1%로 전 연령층을 통틀어 가장 많다.
‘2030 마라토너’들은 2010년대 중반 유명 스포츠 브랜드의 적극적인 마케팅으로 생겨나기 시작했다. 각 브랜드가 제공한 훈련 프로그램과 각종 대회 등에 참가하면서 ‘달리는 맛’을 본 젊은 남녀들은 자신들이 주축이 된 ‘러닝크루’를 만들었다. 러닝크루 ‘유콘’을 운영하는 크루장 이태우 씨(32)는 “4, 5년 전 서울 상암운동장, 여의도공원, 올림픽공원 등에서 스포츠 브랜드가 지원하는 러닝 훈련 프로그램이 다양하게 진행됐다. 당시 참가한 이들 중 계속 달리기를 이어가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모인 것이 지금의 러닝크루가 생겨난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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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은 ‘스마트한’ 러닝을 추구한다. 2030세대 러너 6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스마트폰 운동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한다고 응답한 사람은 전체의 90%(54명). 심박 수, 페이스 등을 확인할 수 있는 운동용 스마트워치를 사용한다고 응답한 사람도 80%(48명)나 됐다. 이들은 자신의 몸 상태와 실력 향상을 자세한 수치로 확인하며 운동하는 데 익숙하다. ‘nike run club’ ‘strava’ 등 러닝 애플리케이션은 ‘5km 기록 경신’ ‘2000m 경사 오르기’ 등 실력에 맞는 과제를 제시해 주기도 한다.
마스터스 마라토너 안정은 씨가 지난해 동아마라톤 참가 당시 올린 인스타그램 게시물. 해당 게시물은 15일 현재 2782개의 ‘좋아요’를 받았다. 인스타그램 캡처
▼마라톤, 스펙으로도▼
‘완주 자기소개서’ 면접때 큰 관심… 기록 증명할 수 있어 더욱 매력적
끈기 확인돼 기업들도 ‘끄덕끄덕’
끈기 확인돼 기업들도 ‘끄덕끄덕’
취업에 나선 ‘2030세대’의 ‘스펙 경쟁’에서 마라톤 완주 경험도 주요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취업 준비생의 건강을 증명하고 끈기와 긍정적인 사고방식 등 삶의 태도에서도 많은 것을 설명해주고 있었다.
지난해 엔지니어로 대기업 취업에 성공한 양승규 씨(25)는 마라톤 풀코스 완주 경력을 자기소개서에 적어 면접관들의 질문 세례를 받았다. 그는 스스로를 ‘달리는 엔지니어’로 소개하며 취업 후 각오와 비전 등을 설명했다. 그는 “‘얼마나 달렸느냐’ ‘어떤 대회에 나갔느냐’ ‘서브스리(3시간 이내 기록)를 해봤느냐’ 등 마라톤에 관한 질문만 여러 개를 받았다. 공학도라고 하면 책상 앞에 앉아 있는 ‘샌님’ 이미지가 있는데 건강한 이미지를 어필할 수 있어서 차별화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마라톤은 기념 메달, 대회 참가 기록증 등 자료가 남아 완주를 증명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매력적이다. 2017년 직장을 옮기며 마라톤 경력을 이력서에 포함했다는 조민규 씨(28)는 “보통 이력서 취미 특기란에 축구, 악기 연주 등 증명이 어려운 내용을 넣는 지원자가 많은데 나의 경우는 마라톤으로 면접관에게 훨씬 구체적으로 어필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취업은 물론이고 로스쿨 입시, 인턴사원 지원 등에서도 마라톤 풀코스 완주가 긍정적인 효과를 냈다는 마니아가 많다. 한 증권업체 인사담당자는 “마라톤 완주 경험은 지원자의 끈기를 확인할 수 있다. 단순히 참가했다는 사실보다 마라톤을 달리며 느낀 점을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는 게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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