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취한 원숭이/로버트 더들리 지음·김홍표 옮김/256쪽·1만5000원·궁리 ◇저급한 술과 상류사회/루스 볼 지음·김승욱 옮김/176쪽·2만1000원·루아크
‘술 취한 원숭이’ 저자는 ‘어떤 이점 때문에 인간이 알코올을 찾게 되었을까’라는 진화심리학적 관점에서 논지를 펼쳐 나간다. 과일이 주식이던 시절, 영장류는 잘 익은 과일을 찾아 나무 사이를 누볐다. 농익어서 발효가 시작된 과일은 알코올 냄새를 사방에 풍기는데, 이는 적당히 익은 과일보다 더 분명한 ‘표지’가 된다. 알코올 냄새를 따라가면 높은 열량이라는 보상을 받을 수 있었다. 그 결과 우리는 알코올에 탐닉하게 되었다는 분석이다.
인간은 선택적인 발효를 통해 술을 제조하고, 심지어 증류를 통해 그 농도를 높인다. 이는 생각보다 오래된 행위일지 모른다. 중국에서는 원숭이들이 알코올을 만들기 위해 바위틈에 과일을 숨겨놓는 행동이 보고됐다. 그러나 현대 사회에서 인간은 나무 사이를 누비던 때와 전혀 다른 환경에 놓여 있다. 이제 진화적으로 알코올의 부작용이 이점보다 훨씬 많은 것이다. 그러나 알코올의 강제적인 규제는 역사상 성공한 사례가 드물다는 점도 저자는 강조한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