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휘·부산경남취재본부장
자유한국당 부산시당이 11일 내놓은 ‘성명’이 꼭 그 꼴이다.
한국당 부산시당은 ‘오거돈 시장은 시민 입장의 안전대책 수립하라’는 제목의 성명을 부산지역 기자들에게 이메일로 보냈다. 보도자료나 논평이 아니어서 제목만 보면 또 ‘터졌구나’ 하고 가슴을 쓸어내릴 지경이었다.
성명에는 사고 예방 매뉴얼이 없었고, 사고 발생 100분이 지나서야 광안대교 통제 문자를 보냈고, 하마터면 ‘제2의 성수대교 참사’로 이어질 뻔했다는 내용이 주였다. 그러면서 용호부두 폐쇄 등 대책을 수립하라고 촉구했다.
그러나 이런 지적은 이미 시와 관계 기관들이 마련한 대책보다 훨씬 못한 수준이었다. 제1야당, 그것도 23년간 지역의 맹주 노릇을 한 정당의 성명치고는 시민을 실망시키는 내용 그 이하도 이상도 아니었다. 그것도 사고 발생 12일 만에 나온 성명이라니, 평소 남의 말이라면 쌍지팡이 짚고 나서는 당의 순발력이 부끄러웠다.
사고 후 한국당 부산지역 국회의원 11명 중 공식적으로 현장을 찾은 의원은 한 명도 없었다. 5명의 시의원 중에서도 지역구와 무관한 최도석 의원만이 현장을 찾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문제점을 따졌다. 최 의원은 “시 사무행정을 감시하고 견제해야 할 시의원으로서 할 일을 했을 뿐”이라며 현장의 목소리가 없는 자당의 뒷북치기를 아쉬워했다.
이러고도 시민의 입장에서 시민을 위한 행정을 해주기를 바란다면 후안무치한 태도다.
이 문제만이라면 침소봉대하는 것 아니냐는 한국당의 항의를 피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지난달 23일 승학산 낙석사고, 26일 영도구 장애인 모자 교통사고, 유치원 개원 연기사태, 미세먼지 발생 등 부산을 숨 막히게 하는 사고와 현안이 꼬리를 무는데도 한국당 부산시당에서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더더욱 현장에서 내로라하는 한국당 인사는 눈을 닦고 찾아봐도 없었다.
오히려 오 시장은 “실효성 없는 대책이다”라는 따가운 질책에도 불구하고 연일 숨 가쁜 현장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12일에는 영도에서 시민과 시정을 공유하기 위해 ‘부산대개조 정책투어’를 시작했다.
미래를 걱정해야 할 한국당 부산시당에 부산의 산적한 문제에 대한 제도적 접근과 주도면밀한 대응을 기대하는 것은 사치일까. 제 눈의 들보는 보지 못하면서 남의 눈의 티만 빼려 해서는 안 된다. “떫거든 시지나 말지”라는 부산시민의 질타가 어깨를 짓누르지 않는가.
조용휘·부산경남취재본부장 silen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