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원전사고 8주년… 안전 운전 강화
미국 제너럴일렉트릭이 제안한 ‘디지털 트윈’은 실제 설비를 정교하게 디지털 공간에 재현한다. 모양만 재현하는 게 아니라, 물리적인 움직임과 기계 특성까지 고스란히 살렸다. 사진 출처 제너럴일렉트릭
AI가 활약할 원전 안전 분야로는 우선 자동운전이 꼽힌다. 사고가 나더라도 인명 피해를 줄일 수 있고 극지나 해저, 우주 등 사람이 살기 어려운 환경에서 가동할 수 있는 무인 원전을 완성하기 위해서도 꼭 필요한 기술이다.
아직 연구는 걸음마 수준이다. 구서룡 한국원자력연구원 원자력ICT연구부 선임연구원은 “현재도 정상운전 일부 구간에서 자동운전을 하고 있다”며 “특정 조건에서만 자율주행을 하는, 자동차로 치면 2단계 자율주행 수준이다”고 말했다. 완전 자율주행은 수준별로 5단계로 나누는데 원전은 이제 막 걸음을 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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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후쿠시마 사고가 벌어졌던 후쿠시마 제1원전의 2018년 2월 모습. 전문가들은 안전한 원전 운영을 위해 다양한 정보통신기술(ICT)과 함께 인공지능(AI) 기술을 접목하고 있다. 후쿠시마=뉴시스
‘디지털 트윈’이라는 기술도 있다. ‘디지털 쌍둥이’라는 뜻으로, 미국 제너럴일렉트릭이 2015년부터 제안했다. 터빈과 풍력발전기, 해양플랜트 등 복잡한 시설을 정교하게 디지털 공간에 재현한 것으로, 단순히 모양만 시각화한 게 아니라 부품 사이의 물리적 특성이나 기계적 성질까지 정교하게 모사한다. 예를 들어 실제 발전소를 가상공간에 그대로 복사한 뒤 실시간으로 전송돼 오는 계측 데이터를 덧입혀 실제 발전소 상태와 동일한 발전소를 컴퓨터 속에서 운전하는 식이다. 실제 기기를 만지지 않고도 문제점이나 그 원인을 찾고, 나아가 과거 측정 데이터나 운전 경험을 바탕으로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찾을 수도 있다. 부품의 고장을 예측하거나, 원자로가 정지하는 등 사고를 방지하는 데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원전 설계의 안전성을 입증할 때도 AI는 유용하다. 현재는 원전 내부에서 벌어지는 복잡한 물리 현상을 수식으로 표현한 ‘물리 모델’을 300∼400개 조합한 소프트웨어를 써서 안전성을 평가한다. 그런데 각각의 물리 모형이 현실을 100% 반영하지는 못하기 때문에 약간씩 불확실성이 있다. 이런 불확실성이 아무리 작아도 수백 개가 모이면 이야기가 다르다. 결과에 미치는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각각의 불확실성이 모여 전체 결과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알아내는 계산이 필요한데, 이 과정을 AI가 단축시킨다.
김경두 한국원자력연구원 열수력·중대사고안전연구부 책임연구원은 “수백 번의 계산이 필요한 일”이라며 “기존의 복잡한 안전성 평가 소프트웨어 대신 비교적 단순한 인공신경망 AI를 이용해 불확실성을 평가하는 연구를 했다”고 말했다. 계산에 소요되는 시간이 수백∼수천 분의 1 수준으로 획기적으로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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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신영 동아사이언스 기자 ashill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