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어제 7개 부처 장관과 2개 부처 차관을 교체하는 개각을 단행했다. 조각(組閣) 때 기용됐던 정치인 출신 장관들은 더불어민주당으로 복귀해 내년 4월 총선 준비에 들어갔다. 그 자리엔 관료와 학자 출신들이 중용됐다. 현역 의원은 4선의 진영, 박영선 의원 2명이다. 진 의원은 일찌감치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고, 2022년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준비 중인 박 의원도 이번에 총선 불출마 의사를 밝혔다. 내년 총선 진용을 만들기 위해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 등 청와대 인사들을 교체한 데 이어 내각도 교통정리를 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개각에선 친문(親文) 코드 색채가 엷어졌지만 쇄신이나 파격적 발탁 인사도 눈에 띄지 않는다는 평가다. 현역 의원을 제외하면 대부분 관련 분야에서 오랫동안 일한 전문성이 고려됐다. 이 중에서 통일부 장관에 김연철 통일연구원장을 발탁한 것은 하노이 핵담판 결렬에도 불구하고 남북관계 개선에 속도를 내겠다는 문 대통령의 뜻이 반영됐다는 관측이다. 조명균 장관이 미국 주도의 대북제재 틀 안에서 남북관계를 다뤄온 반면 김 원장은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압박에 상당히 비판적이었다. 청와대는 남북관계 개선과 비핵화 진전의 선순환 사이클을 기대하며 인선했겠지만 ‘제재 무용론자’ 발탁은 오히려 한미 불협화음만 심화시킬 우려도 있다.
청와대는 이번 개각을 통해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정책 성과를 내겠다고 강조했다. 그러기 위해선 ‘청와대 내각’이란 말이 더 이상 나오지 않아야 하는데 당청은 내년 총선에 명운을 걸고 있고 청와대의 국정 통제는 여전해 보인다. 이런 청와대에 맞서 소신껏 부처를 이끌어갈 리더십을 갖춘 인물 기용이 기대됐지만 결과는 실망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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