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풀니스/한스 로슬링 등 지음·이창신 옮김/474쪽·1만9800원·김영사
처음부터 문제 13개를 내놓더니 풀어보란다. 독자 수준을 뭐로 보나 싶게 ‘쉽다’. 휘리릭 풀고 답을 봤는데 아뿔싸. 반 이상 틀렸다. 당황한 마음을 저자는 더 후벼 판다. 보기가 3개이니 침팬지도 33%는 맞힐 거라고. 다만 위안도 건넨다. 한국 포함 14개국 1만2000여 명이 풀었는데 정답률이 13%라고. 심지어 노벨상 수상자와 의료계에선 점수가 더 낮았단다.
어떤 문제이기에 이럴까. 하나 고르자면 ‘지난 20년간 세계 인구에서 극빈층 비율은 어떻게 바뀌었을까?’. 늘거나 비슷할 줄 알았더니 정답은 ‘거의 절반으로 줄었다’이다. 갈수록 삶이 팍팍하다던 우리네 푸념은 뭐였단 말인가. 저자는 또 지긋이 못 박는다. “사람들이 자기가 세상을 오해했음을 알았을 때, 당혹스러워하기보다는 아이 같은 궁금증과 영감을 느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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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세상이 이렇게 살 만하니 엔조이하면 되는 걸까. 아니다. 저자는 계층갈등이나 지구온난화 등 산적한 이슈를 가벼이 여기란 뜻이 아니다. 오히려 현실을 직시하면 문제도 풀 수 있단 바람이다. 곪은 상처가 어딘지 알아야 약도 바를 수 있듯. 스웨덴 통계학 석학이던 저자는 이 책을 집필하다 2017년 세상을 떠났다. 남겨진 이들의 몫도 자명하다. 인정할 건 인정하고, 반성할 건 반성하자. 오해를 풀면 관계도 회복될지니. 세상이라는 저버릴 수 없는 친구와.
정양환 기자 r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