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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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인과 언론사 고위층 등 유력 인사들에게 성접대를 강요받았다는 글을 남긴 채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故) 장자연 씨가 사망한 지 약 10년이 흐른 가운데, 동료 배우 윤지오 씨는 장 씨가 남긴 이른바 ‘장자연 문건’과 관련해 “저는 항상 문건을 왜 작성했는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며 장 씨의 죽음에 의문을 드러냈다.
장자연 씨의 성추행 피해 상황을 목격하고 증언해 온 윤 씨는 5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장자연 문건은) 법적으로 어떤 대응을 하기 위해 쓰인 것처럼 상세히 (작성돼있다). 누군가와 함께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고, 도움을 주기 위해서 작성됐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장 씨와 같은 회사 소속으로, 가까운 사이였다는 윤 씨는 “이런 문건을 작성하는 것만으로도 심리적으로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을 것 같다. 여배우를 떠나 한 여자로서 이런 문건 자체를 쓴다는 게 굉장히 어려운 일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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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씨는 “혼자 결정해서 혼자 작성한 게 아니라 어쩌면 그걸 가지고 싸우려 했을지도 모르겠다”는 진행자의 말에 동의하면서 “제가 언니 입장에서 생각을 많이 해봤다. (당시) 저는 위약금을 물고 기획사에서 나온 상태였고, 언니(장 씨)는 그러지 못한 상황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아마 기획사를 나오기 위해 작성된 문건이지 않았을까”라고 추정했다.
이어 “솔직히 말하자면 세상에 공개하고자 쓴 문건이 아니라, 그 상황을 벗어나고 싶어서 쓴 문건(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언니가 (당시 소속된 기획사에서) 나간 뒤 가고 싶어했던 기획사 대표님을 장례에서 뵙게 됐는데, 그때 처음 문건에 대해 들었다”고 밝히며 해당 문건의 존재를 알고 있었던 사람이 여럿일 것으로 추정했다.
그러면서 윤 씨는 “누가 유서를 쭉 나열하고 지장을 찍고 그러겠느냐”며 해당 문건이 유서 성격의 문건이 아닐 것이라는 입장을 드러냈다. 즉 그 문건을 ‘무기’ 삼아 싸움을 하려는 것으로 봤는데 얼마후 자살로 생을 마감해 석연치 않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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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으로 윤 씨는 “가해자가 움츠러들고 죄의식 속에 살아야 되는데 피해자가 오히려 책임감과 죄의식을 가지고 사는 그런 현실이 한탄스러웠다”며 “이제는 바뀌었으면 하는 소망을 가지고, 용기를 내 이 자리에 나오게 됐다“고 전했다.
김혜란 동아닷컴 기자 lastleas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