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 노딜 이후]
베트남 떠나며 손 흔드는 김정은 2차 북-미 정상회담과 베트남 공식 친선방문 일정을 마치고 귀국길에 오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일(현지 시간) 베트남 동당역에서 특별열차에 올라 오른손을 들어 환송에 화답하고 있다. 평소 ‘올백’ 스타일로 넘긴 앞머리가 양쪽으로 자연스럽게 처진 게 눈에 띈다. 랑선=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 北, 3차 회담 앞당기려 핵 활동 늘릴 수도
김 위원장이 탑승한 특별열차는 2일 베트남 동당역을 출발해 중국을 통과한 뒤 5일 오전 평양에 닿을 것으로 보인다. 평양에서 하노이까지 총 68시간이 걸렸던 길을 되짚어 복귀하는 것을 감안하면 왕복 이동에만 약 136시간이 걸리는 셈이다. 특별열차가 건널 북-중 우의교(압록강철교)가 훤히 보이는 중국 랴오닝(遼寧)성 단둥(丹東)의 중롄호텔은 “당분간 중국인들의 투숙만 허용하겠다”고 공지한 것으로 3일 전해졌다.
이 때문에 일단 비핵화 문제와 공동 전선을 펼쳤던 중국, 러시아와의 밀착을 강화할 듯하다. 특히 김 위원장은 15일 폐막할 것으로 예상되는 중국의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 직후 베이징(北京)을 찾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이 서울 답방으로 본격적인 남북 경협을 그리기 어려운 상황이 된 만큼 남북 정상의 ‘원 포인트 회담’ 가능성이 외교가에서 나오고 있다. 지난해 5월에도 북-미 1차 정상회담이 전격 취소되자 김 위원장의 요청으로 판문점에서 남북 정상회담이 개최되기도 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이 현 상황에서 한중러를 지렛대 삼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을 움직이기에는 한계가 분명해 보인다. 하노이에서 북-미가 생각하는 비핵화가 서로 크게 다르다는 점을 전 세계에 확인시킨 만큼, 중국 러시아가 국제사회의 시선을 무시하고 김 위원장의 ‘SOS’ 신호에 덜컥 반응하기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북-미 정상회담 실무협상에 참여했던 마크 램버트 미 국무부 동아태 부차관보 대행이 하노이에서 바로 베이징으로 이동해 중국 측에 회담 결과를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북-중 밀착을 사전에 견제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이런 까닭에 김 위원장이 ‘플랜B’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와 같은 대형 도발은 자제하겠지만 고농축우라늄이나 플루토늄 생산 등 핵 활동 증가 정황을 흘려 내년 재선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을 조바심 나게 해 협상장으로 다시 이끌어 내겠다는 것.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결국 북한의 목표는 핵 폐기가 아니라 핵 동결로 제재 해제를 받아내는 것인 만큼, 핵 활동이 증가할수록 동결 시 미국에서 받는 포상도 커진다는 계산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 매체들은 북-미 회담 결렬 나흘째인 3일에도 결렬 소식을 보도하지 않았다. 그 대신 노동신문은 이날 김 위원장을 ‘세계 정치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지도자―국제사회계의 칭송의 목소리’란 기사로 치켜세웠다. 신문은 “여러 차례의 중국 방문과 조미수뇌상봉(북-미 정상회담)이라는 수뇌외교활동을 전격적으로 단행하시여 특대사변들을 연속 안아 오신 김정은 각하의 박력 있는 외교활동 방식은 세인을 경탄시키고 있다”고 전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 이지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