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2차 정상회담 개막]
○ 경제시찰 건너뛰고 하노이 직행한 김정은
베트남 정부가 깔아놓은 레드카펫 위로 걸어 나온 김 위원장은 자신을 영접하기 위해 나선 보반트엉 베트남 공산당 선전국장과 악수하고 45초간 대화를 나눴다. 베트남 정부가 마련한 환영식 내내 양손을 번갈아 흔들며 환영객들에게 인사를 한 김 위원장은 시종일관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3박 4일간 중국 대륙을 종단하는 열차 행군에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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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관계자들과 악수를 나눈 김 위원장이 플랫폼을 벗어나는 순간부터 경호원들은 몰려드는 취재인과 환영 인파를 헤치고 전용차 ‘메르세데스 마이바흐 S600 풀만가드’까지 김 위원장을 안내했다. 지난해 4·27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과 6·12 싱가포르 1차 북-미 정상회담에도 가져왔던 바로 그 차량이다.
김 위원장과 일행은 베트남의 철통 경호를 받으며 하노이까지 170km를 직행해 오전 11시경 숙소인 하노이 멜리아 호텔에 도착했다. 경제시찰 등 경유 없이 27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첫 회담에 집중하겠다는 의도가 담긴 행보다.
김 위원장은 공개 발언도 자제했다. 멜리아 호텔에 도착한 김 위원장은 꽃다발을 건네받은 후 낮은 목소리로 “감사합니다”라며 의례적인 인사를 한 것 외엔 별말 없이 경호원에게 둘러싸인 채 엘리베이터를 타고 멜리아 호텔에서 가장 높은 22층 스위트룸에 마련된 숙소로 올라갔다.
○ 첫 일정은 대사관 방문, 정상 국가 이미지 부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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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위원장이 다시 숙소를 나선 것은 여장을 푼 지 6시간 만인 오후 5시 2분경. 동생 김여정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 김영철 통일전선부장 등과 함께 모습을 드러낸 김 위원장은 1.6km 떨어진 북한대사관 방문으로 첫 대외 행보에 나섰다. 대사관에 도착한 김 위원장은 김명길 주베트남 북한대사와 대사관 직원들을 격려하고 면담을 가졌다. 김 위원장의 도착과 함께 대사관 안에서는 2분가량 박수와 함께 커다란 ‘만세’ 소리가 터져 나왔다. 김 위원장은 대사관 방문을 마치고 오후 6시 4분경 숙소로 돌아왔다.
김 위원장이 첫 일정으로 북한대사관을 찾은 것은 정상 국가 지도자로서의 이미지를 부각하려 한 것으로 풀이된다. 베트남을 공식 방문하는 해외 정상의 일정은 통상 호찌민 묘소 참배로 시작하지만 김 위원장은 자국 대사관을 먼저 찾은 것. 트럼프 대통령 등 미국 대통령들이 해외 방문 시 주재국 대사관부터 찾아 대사와 직원, 가족을 격려하는 것을 벤치마킹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27일에는 김 위원장이 박닌성 삼성전자 공장을 방문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날 베트남 당국자를 인용해 “김 위원장이 삼성공장 방문에 대한 관심을 전했다”고 보도했다.
하노이=문병기 weappon@donga.com·이지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