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항서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오른쪽)과 이영진 수석코치. © News1
한국에서의 휴식을 마치고 지난 18일 베트남으로 돌아가던 박항서 감독은 수차례 ‘선택과 집중’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베트남 A대표팀과 U-23 대표팀의 지휘봉을 동시에 잡고 있는 현재의 겸임 형태를 끝내고 한 팀에 올인해야한다는 주장이었다.
박 감독은 2017년 10월 베트남에 건너갔을 때부터 지금껏 U-23 대표팀과 A팀을 동시에 지도하고 있다. 그래서 대회가 꼬리에 꼬리를 물었던 것이다.
U-23 대표팀을 이끌고 2018년 1월 AFC U-23 챔피언십과 그해 여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연속 4강에 올랐고 A대표팀 사령탑으로 변신해서는 12월 스즈키컵 우승 뒤 올 1월 2019 AFC 아시안컵에서 8강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잘 소화해냈으나 강행군이었다.
박항서 감독은 출국장에서 “지금 베트남축구협회와 상의 중인데, 두 팀을 동시에 맡는 것은 힘이 든다. 2019년은 집중과 선택이 필요하다. U-23대표팀도 A대표팀도 중요한 일정이 많은데 스케줄이 겹치는 때도 있기에 내가 다 치르기는 어렵다”고 전했다. 제법 성과를 냈으니 이제 좀 편한 길을 걷고 싶다는 의도는 결코 아니다. 오히려 더 잘하고 싶은 승부욕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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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팀이든 U-23 대표팀이든 베트남 축구협회가 맡기는 팀을 이끌겠다는 뜻을 밝혔다. 일단 3월22일부터 펼쳐지는 AFC U-23 챔피언십 예선은 박 감독이 지휘한다.
박항서 감독은 “베트남은 브루나이, 인도네시아, 태국과 한배를 탔는데 예선을 통과해야 내년 1월 열리는 본선에 나갈 수 있고 거기서 4강에 들어가야 2020 도쿄올림픽 티켓을 얻는다”면서 “이건 내가 한다. 하지만 이후 대회들은 서로 연관성이 없어 다 맡기는 힘들다”는 말로 그 뒤로는 어떤 식으로든 매듭을 짓겠다는 뜻을 전했다.
박항서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이 아시안컵 8강전 일본과의 경기를 하루 앞둔 23일 오후(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두바이 후마이드 알 타이어 스타디움에서 열린 공식 훈련에서 이영진 수석 코치와 대화하고 있다. 2019.1.23/뉴스1 © News1
박 감독은 “이영진 코치가 두 팀 중 한 팀을 맡는 것도 좋은 방안 중 하나 아니겠는가. 이 코치가 그동안 고생을 많이 했다”는 뜻을 전했다. 은연 중 진심에 가까운 발언이었다.
이영진 코치는 ‘박항서 신드롬’, ‘박항서 신화’의 조연이요 조력자다. 함께 베트남으로 건너가 박항서 감독을 물심양면으로 도왔다. 파트너였고 또 전술적 브레인이었다. 박 감독이 ‘파파 리더십’이라면 이 코치는 어머니처럼 선수들을 감쌌다. 이영진 코치의 보조가 없었다면 불가능했다는 게 박항서 감독의 한결같은 목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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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K리그 대구FC의 감독을 역임했던 이영진 코치는 홀로 프로팀을 이끈 경험이 있을만큼 경험과 능력을 갖춘 지도자다. 기본적인 역량에 베트남 선수들에 대한 이해도와 팀의 연속성을 고려할 때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아직은 갈 길이 먼 베트남 축구를 위해서도 두 팀이 원활하게 소통을 하며 발전을 꾀하는 게 득 될 수 있다는 의미다.
박항서 감독은 이미 ‘초석’ 역할을 하고 있다. 지금껏 없던 길을 만들어냈다. 그의 활약 덕분에 이흥실 감독이 베트남 프로리그 비엣텔의 지휘봉을 잡았고, 베트남 대표팀의 에이스 콩 푸엉이 K리그 인천 유나이티드에 입단했다.
박항서 감독의 공이 벌어진 결과의 전부는 아니어도 분명 가교역할은 했다. 이영진 코치가 U-23팀이든 A팀을 맡게 된다면 또 다른 한국 지도자의 가세도 기대해 봄 직하다. 박 감독이 하고 있는 일이 꽤 많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