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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인 팔 치고 대화만 하고 간 택시기사…대법 “뺑소니 단정못해”

입력 | 2019-02-15 06:04:00

피해자 상해 미필적 인식했다며 유죄 인정한 2심 파기



© News1 DB


사이드미러로 보행자 팔을 들이받는 사고를 낸 뒤 피해자와 대화만 하고 구호조치 없이 자리를 뜬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2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은 60대 택시운전사를 ‘뺑소니범’으로 단정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치상 혐의로 기소된 김모씨(64)에게 벌금 250만원 선고를 유예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춘천지법 형사항소부에 돌려보냈다고 15일 밝혔다.

김씨는 2016년 10월 강원 삼척시 전통시장 앞 도로에서 택시운전을 하다가 A씨 왼팔을 사이드미러로 들이받고 도주한 혐의로 기소됐다.

사고 직후 김씨는 차를 세워 서로 안면이 있던 A씨와 몇 마디 대화를 했으나 별다른 구호조치는 하지 않고 간 것으로 조사됐다. 김씨는 이때 괜찮냐고 물으니 A씨가 “괜찮으니 그냥 가라”고 해 자리를 떴다고 주장했고, A씨는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1심은 “김씨가 전화번호를 건네는 등 조치를 안 한 잘못은 있으나 상해 정도와 당시 이뤄졌던 대화내용 등에 대한 피해자 진술을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려워 보인다”며 “김씨 말처럼 피해자가 괜찮다고 했다가 사고 당일 저녁 충격부위는 아파 오는데 아무 안부전화도 없자 화가 나 김씨가 도주했다고 진술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공소기각했다.

공소사실인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치상, 즉 뺑소니 혐의로는 처벌할 수 없고 업무상 과실치상에 의한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죄만 성립 가능해 소송조건에 흠결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반면 2심은 “피해자가 괜찮다고 했어도 차가 보행자를 친 사고”라며 “현장에서 피해자가 적극 아무 상처가 없다고 안심시키지 않은 이상, 김씨는 피해자의 상해 가능성을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했을 것”이라고 유죄로 봐 벌금 250만원형 선고를 유예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김씨는 A씨가 괜찮다고 해 비교적 경미한 사고로 판단해 사고장소를 이탈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도주의 범의(범죄행위임을 알면서도 하려는 의사)로 사고현장을 이탈해 사고를 낸 자가 누구인지 확정할 수 없는 상태를 초래한 것으로까지 단정하기 어렵다”고 원심 판단의 법리오해 잘못을 지적했다.

또 “원심 판단은 A씨 진술에 신빙성이 있음을 전제로 하나, A씨 증언을 직접 관찰한 뒤 신빙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1심을 뒤집어 항소심이 신빙성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한 건 공판중심주의와 직접심리주의 원칙에 비춰 수긍할 수 없다”며 2심 재판을 다시 하라고 결정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