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예술의전당서 첫 내한 독창회… 노래하기 전엔 평범한 목수 “명테너 많은 중남미 특유의 느린 삶이 좋은 가수 만드는 비결 아닐까”
첫 내한을 앞둔 테너 마르셀로 알바레스는 “표현력과 자연스러움은 디스테파노, 고음의 아름다움은 파바로티, 기교는 도밍고, 배역에 대한 이해는 베니아미노 질리의 음반을 들으며 익혔다”고 밝혔다. 라보체 제공
―데뷔 초기 리리코(서정적) 테너로 알려졌다가 더 힘이 실린 ‘리리코 스핀토’ 역할로 레퍼토리를 넓혔고 이어 ‘나쁜 남자’ 역들을 포함한 드라마티코(극적) 테너의 레퍼토리를 정복하고 있습니다. 계속 영역을 확장해 왔는데요.
“저는 제 자신만의 감정을 살리는 방식으로 노래해 왔고, 대중이 반응을 보여주셨어요. 내년에 한층 무거운 베르디 ‘돈 카를로’ 역에 데뷔합니다. 앞으로 ‘드라마티코’의 상징과 같은 베르디 ‘오텔로’ 타이틀 롤을 맡고 싶습니다.”
―데뷔 전 이력이 흥미롭습니다. 30세 이전에는 오페라를 거의 몰랐다고 들었습니다.
이후 그는 이탈리아의 명테너 주세페 디스테파노 앞에서 오디션을 봤고 디스테파노는 앞장서서 그의 앞길을 열어주었다. “‘내 젊은 모습이 생각난다. 음악적 직관력이 있다’고 말씀하시더군요.”
“테너 두 명이 함께하기에, 간단한 작업이 아니었지만 일단 시작하자 매우 쉽고 행복하게 녹음이 진행되었죠. 짧은 인연이었지만 리치트라는 재미있고 선한 사람이었습니다.”
좋아하는 오페라 배역으로 그는 프랑스 혁명기의 열혈시인을 그린 조르다노의 ‘앙드레아 셰니에’를 꼽았다. 이번 콘서트에서는 푸치니 ‘토스카’ 중 ‘별은 빛나건만’처럼 자주 맡아온 역할의 노래 외에 찬도나이의 ‘로미오와 줄리엣’ 중 ‘줄리엣, 나야’ 같은 다소 ‘두껍고 쥐어짜는’ 극적인 노래도 선보인다.
1990년대 이후 세계적으로 중남미 출신 테너 붐이 일었다. 1960년대생인 라몬 바르가스와 호세 쿠라는 한국 무대에 섰고, 1970년대생인 롤란도 비야손과 후안 디에고 플로레스는 아직 오지 않았다. 어떻게 중남미는 이렇게 많은 명테너를 배출했을까.
“오늘날 세계는 모든 것이 빨라졌죠. 하지만 중남미에서는 차분하게, 천천히 일을 처리하는 전통이 남아 있어요. 그런 점이 좋은 가수들을 만들어낼 수 있지 않았을까요.”
이번 프로그램에 스페인어 노래는 없다. “그래도 제 모국어로 된 깜짝 선물이 있을 겁니다. 대중이 큰 재미를 느낄 곡으로 골라보겠습니다!”
이번 공연은 카말 칸이 지휘하는 프라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반주한다. 소프라노 강혜정이 푸치니 ‘라보엠’의 이중창 등에서 함께 무대에 선다. 7만∼23만 원.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