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파고 아버지’ 김준석 리더 영입… 김정희 이사와 같은 네이버 출신 신사업 총괄은 삼성출신 지영조 로봇 등 5대 신사업 발표 이후 장기적 관점 연구개발 두드러져
11일 ICT 업계에 따르면 국내 자연어 처리 연구 분야의 전문가로 손꼽히는 김준석 전 네이버랩스 리더가 최근 현대차의 AI 전담 조직인 에어랩으로 이직했다. 김 전 리더는 네이버의 AI 통·번역 서비스인 파파고의 개발을 주도해 ‘파파고의 아버지’라 불렸던 네이버 핵심 연구진 중 한 명. LG전자에서 음성인식 기술을 개발하다가 2007년 네이버에 합류한 그는 2017년 한국공학한림원이 발표한 ‘차세대 연구 주역’에도 선정되는 등 한국 ICT 분야의 인재로 평가받고 있다.
김 전 리더는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2월부터 약 12년간 일했던 네이버를 떠나 현대자동차 에어랩에서 새로운 시작을 하게 됐다”며 “지난해 11월에 만들어진 에어랩은 다양한 AI 관련 역할을 수행하게 될 조직이다. 현재 함께 일할 유능한 동료들을 적극적으로 찾고 있다”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앞서 현대차는 지난해 딥러닝(심층 기계학습) 분야 전문가인 김정희 전 네이버랩스 인텔리전스그룹 리더를 현대차 에어랩을 총괄하는 임원(이사)으로 영입한 바 있다.
앞서 현대차는 로봇과 AI 등 미래 신사업에 5년간 23조 원을 투자하고 4만5000개의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계획도 밝힌 바 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은 지난해 1월 △차량전동화 △스마트카 △로봇·AI △미래 에너지 △스타트업 등 5대 신사업에 대한 추진 계획을 발표했다. 올 초 열린 ‘CES 2019’에서 걸어 다니는 자동차 개념의 ‘엘리베이트(Elevate)’의 축소형 실물을 공개하기도 했다. 현대차가 그동안 추진해 온 로봇 등에 대한 연구의 결과물을 실제로 보여준 것이다.
그룹의 미래 사업전략을 고심 중인 정 수석부회장은 이미 지난해 말 인사에서 연구개발(R&D) 수장에 BMW 출신인 알버트 비어만 차량성능담당 사장을 연구개발본부장으로 임명하기도 했다. 외국인 임원을 처음으로 연구개발본부장에 앉힌 파격 인사라는 평가를 받았다.
현대차그룹의 순혈주의 타파는 과거의 ‘빠른 추격자(패스트 팔로어)’ 전략으로는 더 이상 급변하는 자동차 시장에서 생존하기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과 교수는 “친환경차와 자율주행차 등 미래의 먹거리를 발굴하려면 외부 인재 영입은 물론이고 과감한 인수합병(M&A)이나 전혀 다른 분야 업체들과의 공동개발 같은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도형 dodo@donga.com·김재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