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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시스템반도체, 미래 성장동력으로 키우겠다”

입력 | 2019-01-31 03:00:00

여당 의원 간담회서 밝혀… 삼성전자 ‘2030년까지 세계 1위’ 의지
메모리반도체로는 성장 한계… 시스템반도체, 시장규모 2배 커
전자기기 두뇌 역할 프로세서 통신칩-이미지 센서 등 8000종류
창의적 설계가 경쟁력의 원천, 국가 차원 인재-기술 지원 필수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운데)가 30일 경기 화성시 삼성전자 화성캠퍼스 메모리연구동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 더불어민주당 의원들과 함께 반도체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홍 원내대표와 원내부대표단, 경제 관련 상임위원들은 이 부회장과 함께 사업장을 둘러본 뒤 현장 관계자들과 30분간 간담회를 했다. 화성=뉴스1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30일 삼성전자 화성사업장을 방문한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등 여당 의원 17명과의 간담회에서 “시스템반도체를 미래 성장 동력으로 키우겠다”고 강조했다. 메모리반도체 업황 하락에 대한 우려가 각계에서 나오는 가운데 시스템반도체에 투자해 이를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겠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이 부회장은 2030년까지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도 1위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도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이날 “위기는 항상 있지만 이유를 밖에서 찾기보다는 지속적인 혁신을 통해 반드시 헤쳐 나가겠다”며 “일자리 창출은 우리(기업) 책임인 만큼 시스템반도체와 파운드리 사업을 통해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고 중소기업과의 상생에도 더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시스템반도체는 데이터를 저장하는 메모리반도체와 달리 데이터를 해석하고 계산하는 반도체다. 전자기기의 ‘두뇌’ 역할을 하는 프로세서를 비롯해 ‘입’과 ‘귀’ 역할을 하는 통신칩, ‘눈’ 역할을 하는 이미지 센서 등 종류가 8000가지에 이른다.

삼성전자가 사실상 독주하는 메모리반도체와 달리 시스템반도체 시장은 미국과 유럽, 중국계 기업들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한국 기업들의 글로벌 점유율은 미국(63%)과 유럽(13%), 일본(11%), 중국(4%)에 이은 5위(3.4%)에 머물고 있다.

하지만 시장 규모나 성장 가능성은 메모리반도체보다 훨씬 크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지난해 시스템반도체 시장 규모는 3109억 달러(약 346조6535억 원)로 메모리반도체(1658억 달러)의 2배 수준이다. 향후 3년간 예상 성장률 또한 시스템반도체가 연평균 4.8%로 메모리반도체(3.4%)에 비해 크게 앞선다.

시스템반도체는 분야별로 선두 기업과 2, 3위의 기술 격차가 워낙 커 시황에 따른 판매가격 변동도 적다. 컴퓨터 CPU가 주요 품목인 미국 인텔이 지난해 4분기(10∼12월)에 7개 분기 만에 삼성전자를 제치고 다시 전체 반도체 1위를 탈환할 수 있었던 것도 이 덕분이다.

이 부회장은 이날을 제외하고도 이달 들어서만 3차례나 시스템반도체를 언급했다. 4일 반도체·디스플레이 경영진과 만난 자리에서 “메모리반도체 시장 정체를 극복할 전장용 반도체, 센서, 파운드리 등 시스템반도체 사업 경쟁력 강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0일 이낙연 국무총리가 수원사업장을 찾았을 때도 “마음을 다시 가다듬고 도전하면 5G(5세대)나 시스템반도체 등 미래성장산업에 반드시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했고, 15일 문재인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선 시스템반도체에 대한 질문에 “기업이 성장하려면 항상 새로운 시도를 해야 한다”고 답했다.

삼성전자 고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메모리반도체에서 달성한 초격차를 시스템반도체로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내비치며 신년 초부터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특히 새롭게 떠오르는 자동차 전장용 시장에 대비하기 위해 지난해 10월 전용 브랜드인 ‘엑시노스 오토’를 내놓고 대대적인 투자를 예고했다. 지난해 6조 원을 투자한 화성캠퍼스 극자외선노광장비(EUV) 라인에선 7나노 이하 파운드리를 내년부터 양산해 대만 TSMC가 버티고 있는 파운드리 시장에서도 발 빠르게 추격한다는 목표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시스템반도체는 창의적인 설계가 경쟁력의 원천이라 인재 확보와 기술 보호가 필수”라며 “대만이 20년에 걸쳐 12만 명의 자국 출신 인력을 국내로 불러들이고, 싱가포르계 회사 브로드컴이 퀄컴에 대한 적대적 인수를 시도하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를 무산시켰듯이 한국도 국가적 지원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태호 taeho@donga.com·김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