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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이삿짐 예약 바닥… 성수기 장사 이렇게 안되긴 처음”

입력 | 2019-01-29 03:00:00

전엔 웃돈 주던 신학기 앞 시즌
거래 절벽에 관련업체 개점휴업… 稅수입 감소 지자체 재정도 타격




“신학기 앞둔 성수기에 이렇게 장사가 안되긴 처음이라니까요.”

서울 강남구에서 30년 동안 포장이사 업체를 운영해 온 이현실 씨(63)는 “요즘 (계약건수가) 아주 바닥이다. 직장을 그만두고 이삿짐 사업을 해 온 이래 이런 불경기는 처음”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그에 따르면 보통 새 학기가 시작하기 전인 1∼3월은 송파구, 강남구, 경기 성남시 분당구 지역에서 평소의 3배 가격을 주고서라도 ‘제발 이사를 맡아 달라’는 전화가 불티나게 걸려온다. 경기가 좋을 땐 거래가 20∼25건까지도 있다. 하지만 올해 1월엔 6건이 전부였다. 다음 달 예약은 아직 한 건도 잡혀 있지 않은 상태다. 이 씨는 “가진 사람들이 움직여 줘야 돈이 돌아 우리 같은 사람들도 먹고사는데, 다들 버티고만 있으니 앞으로가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이후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이삿짐센터, 도배·인테리어 업체 등 관련 업계들도 타격을 받고 있다. 지금과 같은 거래 절벽이 장기화되면 부작용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서울 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이달 들어 28일까지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건수는 1432건에 그쳤다. 지난해 1월 거래건수(1만198건)와 비교하면 1년 만에 86.0%(8766건)나 줄어든 것이다. 같은 기간 전세거래는 거의 비슷했지만 매매거래 하락폭이 유독 컸다.

부동산 거래 절벽의 영향은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28일 오후 서울 강남구의 I인테리어 업체 벽에 걸린 1월 달력의 스케줄 표는 텅 비어 있었다. 이 업체는 도곡동과 역삼동 대단지 아파트에 둘러싸여 있어 겨울철이면 한 달에 네다섯 건 이사 도배 의뢰가 들어오는 것이 보통이다. 업체 대표 A 씨(60)는 “무상 애프터서비스를 해달라는 이전 고객들의 문의 전화만 간혹 올 뿐”이라며 “경기가 좋고 배가 불러야 생각나는 게 인테리어다 보니 이 업계가 정부정책 영향을 크게 받는다”고 말했다. 또 다른 서울 소재 H이삿짐센터 관계자도 “지난해 말부터 매출이 20% 정도 줄었다”며 “작은 규모의 용달차를 돌려서 버티는 정도지, 큰 이사 건은 거의 없다”고 했다.

거래가 줄면서 중개업소 폐업도 늘고 있다. 지난해 12월 폐업한 공인중개업소는 전국 1808곳, 서울의 경우 438곳에 이른다. 부동산 경기가 극도로 부진했던 2013년 당시 전국 폐업 공인중개사 수(1765명)를 넘어선 수치다. 거래 실종의 부작용은 이 밖에도 건설사, 건설 연관 업종, 영세자영업 등 밑바닥 경제 전반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당장 지자체 재정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부동산 취득세와 등록면허세 등은 지자체 재정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2017년 지방세 80조4091억 원 가운데 부동산 거래세에 해당하는 취득세(23조4866억8500만 원)가 29.2%에 이른다.

서울 아파트 거래 절벽의 원인은 집값을 높게 받으려는 주택 보유자와 집값이 떨어지길 기다리는 구매 희망자의 생각이 상충되면서 거래가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공시가격 상승 등의 영향으로 이와 같은 거래절벽은 당장 해소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집값 폭등을 막기 위한 조치는 필요하지만 얼어붙은 부동산 거래를 활성화하기 위한 대책도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최원석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공시가격 상승으로 재산세 등 보유세 부담이 오른 만큼 거래와 관련된 세금은 낮춰줘야 거래에 숨통이 트일 것”이라고 말했다.

조윤경 기자 yuniqu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