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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성추행 덮으려 인사보복” 안태근 법정구속

입력 | 2019-01-24 03:00:00

직권남용혐의 1심 징역2년 선고… 안태근 前검사장, 선고 순간 깜짝 놀라




안태근 전 검사장(53·사진)이 자신이 성추행한 서지현 검사(46)에게 인사 불이익을 준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 받고 법정 구속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단독 이상주 부장판사는 23일 안 전 검사장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를 유죄로 판단하고, 이례적으로 검찰 구형과 같은 징역 2년을 선고했다. 통상적으로 선고 형량은 검찰 구형량보다 낮다.

재판부는 안 전 검사장이 서 검사를 성추행한 뒤 이를 의식해 서 전 검사에게 부당한 인사 조치를 했다고 판단했다. 안 전 검사장은 “성추행 기억이 없다”고 주장해 왔다.

재판부는 “법무부 검찰국장의 업무를 남용해 인사 담당 검사로 하여금 인사 원칙과 기준에 반해 서 검사를 전보시키는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했다”며 “피고인은 자신의 보직 관리에 장애가 있을 것을 우려해 피해자에게 인사 불이익을 줄 동기가 충분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인사권을 행사하는 자리에서 자신의 성추행 비위를 덮으려고 오히려 보상받아야 하는 피해자에게 인사 불이익을 줌으로써 치유하기 어려운 정신적 상처를 입혔다”고 강조했다.

눈을 감고 주먹을 쥔 채 재판을 받던 안 전 검사장은 실형이 선고된 순간 놀란 표정으로 재판부를 쳐다봤다. 안 전 검사장은 “너무 의외이고 이런 판결이 선고되리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면서 긴 한숨을 내쉬었다. 서 검사는 언론 인터뷰에서 “검찰에서 의도적으로 부실 수사를 해서 무죄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다. 당연한 결과이지만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안 전 검사장은 2010년 10월 동료 검사 상가에서 서 검사를 성추행한 뒤 검찰 내에 소문이 퍼지자 2015년 9월 서 검사를 수원지검 여주지청에서 창원지검 통영지청으로 전보시켜 인사 불이익을 준 혐의로 지난해 4월 재판에 넘겨졌다. 앞서 서 검사는 지난해 1월 성추행 사실을 폭로했다. 검찰은 성추행 혐의 공소시효(7년)가 완성돼 인사 불이익을 준 혐의만 기소했다.

검찰에선 예상 밖 선고라는 반응과 함께 판결 파장을 놓고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수도권에 근무하는 한 검사는 “인사권자의 직권남용 법리를 인정했다는 것은 이른바 ‘판사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기소될 양승태 전 대법원장에게 불리한 판례”라고 말했다. 또 다른 검사는 “판사들이 ‘검사 비리가 법원에 넘어오면 가만두지 않겠다’고 한다는 소문을 들었는데 이번 선고 결과를 보니 법원의 반격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김예지 yeji@donga.com·전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