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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항서 감독 “혼자 만든 결과물 아냐, 선수들 고마워“

입력 | 2019-01-21 00:37:00


베트남 축구대표팀 박항서 감독이 ‘박항서 매직’이라는 말에 쑥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묵묵히 지원해주는 이들이 없었다면 이런 성공을 누리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말도 곁들였다.

박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은 20일 오후 8시(한국시간)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알막툼 스타디움에서 열린 요르단과의 2019 UAE 아시안컵 16강전에서 연장전 포함 120분 간 1-1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4-2로 이겼다.

페어 플레이 점수까지 따진 끝에 가까스로 16강에 합류한 베트남은 B조 1위 요르단을 누르고 8강에 안착했다. 베트남의 아시안컵 8강 진출은 2007년 이후 12년 만이다. 당시에는 16강 없이 조별리그 이후 곧장 8강을 실시했다.

박 감독은 “회복 시간도 많지 않은 상태에서 최선을 다한 선수들에게 고맙다”고 승리의 공을 선수들에게 돌렸다. 이어 “베트남은 다른 나라들에 비해 현지에서의 지원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항상 하나의 팀이라는 것을 선수들이 잘 안다. 실천으로 옮기기 위해 나와 선수들이 다짐하고 있다. 전쟁이 시작됐는데 육체적, 정신적으로 피곤하다는 것은 변명이 될 수 없다. 경기장에서 끝까지 싸워달라고 이야기했다”고 보탰다.

베트남은 전반 39분 바벨 압델 라흐만에게 선제골을 내줬다. 반격에 나선 베트남은 후반 6분 응우옌 트룽 호앙의 크로스를 응우옌 콩 푸엉이 넘어지면서 오른발로 마무리해 균형을 맞췄다. 승부차기에서는 키커들의 침착함이 돋보였다. 골키퍼 당반램은 선방으로 방점을 찍었다.

박 감독은 “기본틀인 3-4-3을 유지했다 꽝하이가 밀집 지역에서 봉쇄당할 우려가 있기에 측면이나 미드필드로 내려와서 공을 받게 했다. 그 자리를 도훙둥이 들어갔는데 그 부분이 잘 됐다”면서 “선수들이 전술적 임무를 100% 수행했다“고 칭찬했다.

‘박항서 매직’이라는 말에 대해서는 “나 혼자의 팀도 아니고 나 혼자의 노력으로 되는 것도 아니다. 성공은 선수들, 코칭스태프, 밤낮없이 뒷바라지 않는 이들이 있기 때문이다. ‘박항서 매직’은 감독이기에 붙여주는 것 같다”고 수줍게 웃었다.

“2연패를 당하고 베트남 언론에 비판적인 기사가 나왔다. 이기면 다 넘어가고, 지면 비판적인 기사가 나온다. 한국과 베트남 모두 똑같은 것 같다”고 말해 회견장을 지킨 한국과 베트남 취재진을 웃음 짓게 했다.

베트남은 일본-사우디아라비아전 승자와 24일 같은 장소에서 준결승 진출을 놓고 격돌한다. 박 감독은 “우리에게 쉬운 상대는 없다. 다 어려운 상대다. 16강에 올라온 팀들은 FIFA 랭킹 등 모든 면에서 우리보다 우위에 있다. 우리보다 약한 팀은 없다”면서 도전자의 입장으로 다시 한 번 승리를 노리겠다고 다짐했다.

-경기 소감은.

“예선전 1승2패로 극적으로 16강에 진출했다. 회복 시간도 많지 않은 상태에서 최선을 다한 선수들에게 고맙다. 폭스스포츠 기자가 우리보고 수비 축구를 한다면서 혹평했다는 기사를 봤다. 우리는 우리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을 한다. 나는 수비 축구라고 인정하기 싫다. 우리는 철저히 실리 축구를 한다. 수비 축구라고 말하지 말고 실리 축구라고 해달라. 우리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이 지금 하는 축구라고 생각한다.”

-일본과 사우디아라비아 중 누가 좀 더 쉬울까.

“우리한테 쉬운 상대는 없다. 다 어려운 상대다. 16강에 올라온 팀들은 FIFA 랭킹 등 모든 면에서 우리보다 우위에 있다. 우리보다 약한 팀은 없다.”

-선수들이 열심히 뛰는 모습을 보면서 어떤 생각이 들었나.

“우리 베트남은 다른 나라들에 비해 현지에서의 지원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항상 하나의 팀이라는 것을 선수들이 잘 안다. 실천으로 옮기기 위해 나와 선수들이 다짐하고 있다. 전쟁이 시작됐는데 육체적, 정신적으로 피곤하다는 것은 변명이 될 수 없다. 경기장에서 끝까지 싸워달라고 이야기했다.”

-전반과 후반 경기력이 달랐는데 뭐가 바뀌었는가.

요르단 경기를 분석하면 주로 측면과 롱패스가 많더라. 사실 오늘 요르단이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약간 신중하더라. 이것이 우리에겐 도움이 됐다. 롱패스는 대비한대로 잘 막았다. 상대 측면 공격수를 공격 쪽에 위치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 양 윙백들을 전진시켰다. 그 부분도 상당히 잘 됐다. 상대가 역습에 능해 은구옌 후이 훙을 많이 전진시키지 않았다. 공격시 측면을 노렸는데 전술적으로 선수들이 잘 수행했다.”

-전술적으로 어떤 변화가 있었나.

“기본틀인 3-4-3을 유지했다. 꽝하이가 밀집 지역에서 봉쇄당할 우려가 있기에 측면이나 미드필드로 내려와서 공을 받게 했다. 그 자리를 도훙둥이 들어갔는데 그 부분이 잘 됐다. 득점도 나왔지만 상대 측면 공략이 목표였다. 선수들이 전술적 임무를 100% 수행했다. “

-‘박항서 매직’이라는 표현은 어떤가. 8강까지 갔는데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많은 분들이 결과에 대해 칭찬과 격려를 해주시는데 나 혼자의 팀도 아니고 나 혼자의 노력으로 되는 것도 아니다. 성공은 선수들, 코칭스태프, 밤낮없이 뒷바라지 않는 스태프들이 있기 때문이다. ‘박항서 매직’은 감독이기에 붙여주는 것 같다. 혼자의 결과가 아니다. 2연패를 당하고 베트남 언론에 비판적인 기사가 나왔다. 이기면 다 넘어가고, 지면 비판적인 기사가 나온다. 한국과 베트남 모두 똑같은 것 같다.”

-승부차기가 잘 됐는데 연습을 좀 했나.

“승부차기에서 성공한 기억도 있고 실패한 기억도 있다. 23세 대회에서는 성공했는데, 아시안게임에서는 패했다. 16강 진출 후 이틀 밖에 훈련 기간이 없었다. 이 기간 동안 승부차기 연습을 했다. 내 나름대로의 기준은 있다. 대부분 코치에게 맡겼는데 오늘은 혼자 리스트를 작성하고 마지막에 이영진 코치와 상의했다. 킥력도 좋고 연습 때는 잘 찼다. 부담 때문인지 (4번째 키커인 민부옹이) 실축을 했는데 그래도 그 선택은 나름대로 잘 판단했다고 생각한다.”

-실리 축구라는 말을 꺼낸 이유가 뭔가. 오늘은 후반이 더 좋았는데 하프타임 때 어떤 이야기를 나눴나.

“나도 한국 인터넷을 가끔 본다. 폭스스포츠의 아시아 담당 기자가 쓴 베트남이 수비 축구를 하면 한계가 도달한다는 기사를 봤다. 수비 축구는 당연히 맞다. 그게 우리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나는 실리 축구라고 생각한다. 전반 종료 후 특별한 주문은 없었다. 리드를 당하고 있었기에 상대 롱패스에 대한 부분을 준비시켰다. 전반 중반 이후부터는 우리 페이스를 가져왔다. 그 부분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려고 했다. 꽝하이 위치와 끝까지 포기하지 말라는 이야기를 했다.”

【두바이=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