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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전직 대통령, 국경장벽 세우라고 해”, 전직 대통령들 “그와 대화 나눈 일조차 없다”

입력 | 2019-01-07 03:00:00

‘국경장벽 지지’ 놓고 진실게임… 트럼프 “예산 따낼때까지 셧다운”




“전직 대통령 몇 사람이 나에게 ‘불법 이민자를 막기 위한 장벽을 국경에 세워야 한다’고 말한 적이 있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후 그와 대화를 나눈 일조차 없다.”(전직 대통령들)

4일 워싱턴 백악관 남서쪽 뜰 로즈가든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기자들에게 한 ‘전직 대통령들의 국경 장벽 건설 지지’ 발언에 대해 당사자인 전직 대통령들이 “그런 말 한 적 없다”고 부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민주당이 멕시코 접경의 장벽 설치를 위한 50억 달러(약 5조6200억 원) 예산안에 동의할 때까지 연방정부 셧다운(일시 업무 정지)이 계속될 것”이라며 “전직 대통령들도 국경 장벽을 세워야 한다고 내게 말했다”고 주장했다. 9개 부처 예산안이 의회를 통과하지 못하면서 미 연방정부는 지난해 12월 22일부터 셧다운에 들어간 상태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대변인 앙헬 우레냐는 정치전문지 폴리티코와의 인터뷰에서 “사실이 아니다. 두 사람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말을 주고받은 일이 없다”고 부인했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의 대변인인 프레디 포드도 “두 사람은 장벽 관련 사안에 대해 대화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버락 오바마, 지미 카터 전 대통령 측은 폴리티코의 문의에 답하지 않았다. 폴리티코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뒤 전임자인 오바마 전 대통령과 나눈 대화는 지난해 12월 조지 부시 전 대통령 장례식장에서의 짤막한 인사가 전부다. 부시 가문과 트럼프 대통령은 서로를 적대시한 지 오래다. 카터 전 대통령은 지난해 CBS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사실을 다루는 데 서툴다”고 비판한 바 있다. 하지만 폴리티코는 “1990년대부터 세워진 수백 마일의 국경 장벽 중 일부는 조지 W 부시, 오바마 행정부 때 추가됐다”고 전했다.

한편 마이크 펜스 부통령, 믹 멀베이니 백악관 비서실장 대행 겸 예산국장,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보좌관, 키어스천 닐슨 국토안보부 장관은 5일 백악관에서 상·하원 지도부와 만나 셧다운 해결책을 논의했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이날 멀베이니 대행은 백악관 참모들을 대통령 별장인 메릴랜드주 캠프데이비드로 소집했다.

연방정부 셧다운이 3주째로 접어들자 미 교통안전청(TSA)은 “보안 담당자들이 업무를 중단하면서 항공편 차질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몇 년이든 셧다운을 이어갈 각오가 돼 있다.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할 수도 있다”며 강경 발언을 이어갔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