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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라건아’ 작명… 억양도 한국사람이래요”

입력 | 2019-01-03 03:00:00

귀화때 이름 팬투표 건의했지만 당시 소속 삼성 “본인이 지어라”
국제대회 출전 등 줄기찬 체력, 육상선수 때 배운 호흡법 큰 도움
농구 월드컵도 무릎 닳게 뛰겠다




지난해 1월 한국으로 귀화한 라건아가 1일 경기 용인시 현대모비스 체육관에서 농구공을 안고 환하게 미소 짓고 있다. 새해를 맞아 라건아는 “국제무대에서도 무릎이 닳을 때까지 뛰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용인=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프로농구 현대모비스 라건아(30)는 얼마 전 차를 타고 가다 걸쭉한 한국어로 거친 말을 해댔다. 옆 차선에 있던 차량 한 대가 무리하게 끼어들어 깜짝 놀란 것. 당시 동승한 차길호 구단 통역이 “어디서 배웠느냐”고 물으니 라건아는 “삼성에 있을 때 배웠다”며 씩 웃었다. 차 통역은 “발음과 억양이 너무나 정확해서 한 번 더 놀랐다”며 웃었다.

한국 생활 8년차인 라건아는 어느새 한국 선수 및 코치진과 눈빛으로도 통할 정도가 됐다. 현대모비스 유재학 감독은 “가끔 지시하고 나서 ‘이걸 알아들었을까’ 싶을 때가 있는데 정확히 작전을 수행한다. 소통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 1월 귀화한 라건아는 진짜 한국인이 된 듯했다. 자신이 직접 지은 굳셀 건(健)에, 아이 아(兒)라는 이름도 라틀리프라는 본명만큼이나 애정이 많다. 새해 첫날 경기 용인 현대모비스 숙소에서 만난 라건아는 “당시 소속 팀이었던 삼성에 팬 투표로 이름을 짓는 게 어떨지 물었는데 구단에서는 평생 쓸 이름이니 직접 짓는 게 의미 있겠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인터넷 검색으로 원하는 뜻의 한자를 찾아가며 작명했다는 그는 한국어 어감이 익숙지 않아 자연스러운 이름을 찾는 데 애를 먹었다. “당시 가져갔던 이름이 몇 가지 있었다. 강인함, 리더십 등을 의미하는 한자를 조합해 지었는데 이상민 감독이 너무 북한 사람 이름 같다며 바꾸라고 했다(웃음).”

지난해 국제무대에서 활약한 라건아는 KBL 리그까지 농구로 가득 찬 1년을 살았다. 강행군에도 육상 선수 출신인 라건아는 체력 관리에는 도가 텄다. 4쿼터까지 지치지 않는 활동량으로 상대를 압박하는 그는 육상 선수 시절 배웠던 호흡법이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그는 “타임아웃, 자유투 등으로 주어지는 짧은 시간 틈틈이 호흡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확인하고 심호흡을 통해 남은 체력을 끌어올린다”고 말했다. 이후 잠시 고민하던 그는 “사실 축복받은 유전자도 한몫한다”며 웃었다.

2일 현재 현대모비스는 단독 선두를 질주하며 절대 1강으로 불리지만 5위 KCC와 상대 전적에서 1승 3패로 열세다. 라건아가 KCC 브랜든 브라운에게 밀렸던 탓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그는 “브라운도 좋은 활약을 펼쳤지만 오히려 이정현이 우리와 경기할 때 유난히 잘하는 것 같다. 국가대표에서는 든든한 동료였는데 우리를 상대할 때 왜 더 잘하는 건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자신과 ‘트윈 타워’를 이루던 이종현이 무릎 부상으로 시즌 아웃되면서 라건아는 어깨가 더 무거워지게 됐다. 라건아는 “2연패에 빠진 지난 경기를 보면 자신감 없는 플레이가 많았다. 이종현이 다쳐서 마음이 무겁지만 늘 그래왔듯이 잘 극복하겠다”고 의욕을 보였다.

지난해 귀화 기자회견에서 라건아는 “한국에서 받은 많은 사랑을 국제대회 성적으로 보답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라건아가 골밑을 든든히 지킨 한국 대표팀은 지난해 말 2019 중국 농구 월드컵 본선행 티켓을 따냈다. 라건아는 “월드컵에서도 무릎이 닳을 때까지 뛰겠다”고 말했다.
 
용인=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