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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과 내일/하임숙]‘밑지는 장사’가 참말이 되다

입력 | 2019-01-02 03:00:00


하임숙 산업1부장

무슨 일이든 본인이 겪어야 정확히 알게 되지만 당사자가 아닌 경우 우리는 간접경험을 통해 상황을 이해한다. 최저임금과 큰 상관이 없는 평균소득 이상 월급쟁이들은 다니던 가게의 서비스 질의 하락을 통해 최저임금 논란이 자영업자에게 미치는 여파를 이해하는 식이다.

50대 최모 씨도 얼마 전 단골 미용실에 갔다가 상황이 심각하다는 걸 느꼈다. 서울 송파구 문정동에 사는 그는 한때 직원 6명이 활기차게 손님을 맞이했던 이 미용실을 찾았다가 이제는 원장과 낯선 직원 1명만 있는 걸 봤다. 일 잘하던 직원은 어디로 갔는지 알 길이 없고, 새 직원은 머리 하나 제대로 감기지 못하는 초보였다. 원장은 “가뜩이나 경기도 안 좋은데 최저임금이 올라 인력을 유지할 수가 없었다”고 했다. 그는 같은 돈을 내고도 질이 한참 떨어지는 서비스를 받았지만 항의할 생각도 못 했다고 했다.

“신문에서 기사로만 읽다가 최저임금 제도가 내 생활에도 영향을 미치는구나 싶어서 깜짝 놀랐어요. 정부가 진짜 정책을 잘 펴야 하는데….” 그는 최저임금 제도와 긴밀히 연결된 부처의 공무원이다.

어떤 사람은 고깃집에서 일손이 부족해 평소와 달리 고기를 잘라주는 서비스를 더 이상 제공하지 않는 것을 보며, 어떤 사람은 뷔페에서 다 먹은 접시를 스스로 치워야 하는 상황에 놓이며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이 생활에 미치는 영향을 실감한다. 누군가는 저녁 회식을 하러 횟집에 들렀다가 자주 찾던 옆 식당의 주인이 직원으로 일하는 것을 보며 알게 된다. 어쩐 일이냐는 물음에 “최저임금 때문에 직원 내보내고 가족이 다 나서 봤지만 급격히 오르는 임차료에 경기도 안 좋아 식당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 아르바이트생이 되는 게 차라리 마음 편하다”는 설명을 들으면 더 짠하게 이해하게 된다.

종로에 간판만 떼지 않았지 아예 영업을 안 하는 유령 점포가 많은 걸 보면 ‘3대 거짓말’ 중 하나인 “이 장사 밑지고 한다”는 말이 더 이상 거짓말이 아닌 시대라는 걸 실감한다.

때로 가까운 사람의 상황을 공감하며 알게 되기도 한다. 어느 직장인은 조그만 공장을 운영하는 사촌동생이 “어느 때고 안 어려운 때가 없었다. 하지만 요즘처럼 경기도 안 좋은데 인건비를 매년 두 자릿수로 올리라 하니 그 충격은 어마어마하다”고 털어놓는 말에 같이 술잔을 기울였다고 했다.

2019년 새해가 밝자마자 우울한 이야기를 꺼내려니 썩 내키지 않는다. 하지만 최저임금법 시행령이 기어이 정부안대로 시행되면서 이 이야기를 꺼내지 않을 수 없다. 2년 연속 두 자릿수로 오른 최저임금이 자영업자들을 뒤흔들어 놓고 있는 데다 주휴수당 충격파가 더해져 비명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주 6일 근무하고 최저임금이 낮았던 시절에 도입된 주휴수당은 그대로 두고, 주 5일 근로에 최저임금만 급격히 인상되니 사업주들은 죽을 맛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와 정치권은 아직까지 실감하지 못하는 모양이다. 들리는 말은 “성과는 있으나 ‘경제 실패 프레임’ 탓에 성과가 가려졌다”라거나 “소득주도성장이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정책 방향을 잡겠다”는 거다.

경제생활을 영위하는 보통 사람들은 간접경험을 통해서라도 사태의 심각성을 안다. 얼마 전 새로 임명된 장관들이 “현장에 가라”는 지시를 받고 산업현장, 시장 등을 찾았지만 현장도 현장 나름이다. 미리 섭외한 현장에 간들 상황을 제대로 보진 못할 것이다. 그저 생활인으로서 공감 능력만 조금 올리면 가지 않아도 알게 될 일이다. 어느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지도자든 그도 퇴근한 이후엔 생활인 아닌가.
 
하임숙 산업1부장 arteme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