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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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외국 기업에 대한 정부의 기술 이전 강제 금지 법안을 내놓은 데 이어 29일 지식재산권 보호 강화에서도 새로운 조치를 발표하면서 미국에 협상 진전의 손짓을 내보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이날 밤 전화통화를 통해 미중 협상이 구체화되기 시작했음을 알렸다.
● 중국, 지식재산권 보호서도 양보 손짓
한국의 대법원에 해당하는 중국 최고인민법원은 29일 “특허 등 기술 관련 지식재산권 민사 행정 사건 소송을 내년 1월 1일부터 최고인민법원에 설립하는 지식재산권 법정에서 심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방의 고등, 중급인민법원 판결 결과에 불복해 상소한 집적회로(IC)칩, 기술 기밀, 컴퓨터 소프트웨어 등 기술 분야의 지식재산권 침해 소송을 최고인민법원이 직접 다루겠다고 밝혔다. 이전까지 지식재산권 문제는 지방고등법원에서 다뤘으나 최고인민법원으로 격을 높인 것이다. 최고인민법원은 이날 “이는 공산당의 중요한 결정이며 지식재산권 보호를 위한 중요한 발걸음이다. 국내외 (지식재산권 보호에) 중요한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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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1일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 주석이 아르헨티나에서 주요 20개국(G20) 계기로 개최한 정상회담에서 90일간의 무역 휴전에 합의한 뒤 △미국산 자동차에 대한 추가 관세 유예 △미국산 대두 수입 재개 △미국산 쌀 수입 허용 등 양보 조치를 잇따라 취해 왔다.
● 시진핑 “어떤 세력도 중국몽 막지 못해”
29일 밤 이뤄진 미중 정상 간 전화통화는 중국의 이런 양보 조치를 바탕으로 미중이 협상을 본격화할 것임을 알리는 신호탄에 해당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과 전화통화 직후 트위터를 통해 중국과의 무역 협상에 대해 “큰 진전이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방금 중국의 시 주석과 길고 매우 좋은 통화를 했다. 협상은 아주 잘 진행되고 있다”며 “(협상이) 타결된다면 그것은 모든 주제와 분야, 쟁점들을 망라하는 매우 포괄적인 것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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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중이 미국의 대중 수출을 늘리고 중국 내 미국 기업들을 옥죄던 규제를 완화해 무역 긴장을 완화할 수 있는 협상을 구체화하기 시작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WSJ는 “큰 진전이 이뤄지고 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복수의 미중 협상 관련 소식통을 인용해 “최근 (주가 폭락으로) 흔들린 미국 시장을 진정시키기 위해 미중 양측의 합의 가능성을 과장했다”고 지적했다.
시 주석은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 전 베이징(北京)에서 열린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국가 자문기구) 신년 다과회에서 “어떤 어려움도, 어떤 세력도 우리 전진의 발걸음을 막을 수 없다. 우리는 중화민족 위대한 부흥의 중국몽을 반드시 실현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과회가 끝날 무렵엔 시 주석 등 중국 지도부가 기립해 1943년 만들어진 중국의 항일노래인 ‘단결이 바로 힘’을 불렀다. 미중 협상에서 중국의 국익을 해치는 일방적인 양보는 없을 것임을 힘줘 강조한 셈이다.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