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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아들도 TV 앞에 앉혔다…AR 게임 드라마의 마력

입력 | 2018-12-18 03:00:00

tvN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10대 남성층 평균 시청률 3%… 기존 로맨스 드라마의 3배 수준
40대 여성 시청자 지지도 꾸준
게임 세계에 들어간 男주인공 1인칭 시점으로 연출해 실감




현빈(왼쪽), 박신혜 주연의 tvN ‘알함브라…’는 증강현실(AR)게임을 소재로 한 서스펜스 멜로드라마다. 주인공이 웹툰 세계 속에 빨려 들어가거나(MBC ‘W’) 시간여행을 하는(tvN ‘나인’) 등 독특한 소재를 활용한 드라마로 유명한 송재정 작가가 극본을 썼다. tvN 제공

“퀘스트가 뭐야?” “NPC(Non-Player Character)는?” “현빈을 향해 날아오던 화살은 왜 갑자기 멈춘 거야?”

주부 오영진 씨(43)는 최근 주말마다 중학생 아들에게 질문을 쏟아붓는다. tvN 주말드라마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을 함께 보는데, 모르는 것투성이기 때문이다. 오 씨는 “중학생 아들이 이렇게 드라마를 열심히 보는 건 처음 봤다. ‘축구 중계를 보자’는 아빠와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며 웃었다.

최근 증강현실(AR) 게임을 소재로 한 드라마 ‘알함브라…’가 연령과 성별을 뛰어넘어 화제를 모으고 있다. 특히 TV드라마에 가장 관심이 없는 것으로 알려진 10대 남성들의 관심이 상당하다. 10대 남성층의 평균 시청률이 3%(닐슨코리아 기준)에 이른다. 비슷한 전체 평균시청률(8∼9%대)을 기록했던 tvN ‘백일의 낭군님’의 10대 남성 시청률이 1% 안팎에 머물렀던 것을 감안하면 놀라운 수치다.

현빈은 게임 속 중세 기사들과 대결해 가며 경험치를 쌓고 레벨을 올린다. 롤플레잉 게임의 인터페이스(UI)를 묘사한 화면을 적극 활용(왼쪽 사진)해 시청자가 실제로 게임을 즐기는 듯한 연출을 구현했다. tvN 제공

이 같은 현상은 ‘알함브라…’가 기존 드라마와는 전혀 다른 스타일을 지녔기 때문이다. 주인공 유진우(현빈)는 캐주얼 정장이 어울리는 대형 투자회사 대표. 하지만 특수 콘택트렌즈 하나만 끼우면 장검(長劍)을 든 중세의 무사로 변신해 결투를 벌이거나 영화 ‘테이큰’이 떠오르는 총격전을 펼친다. 특히 이런 게임 세계에 들어간 1인칭 시점 화면은 10대 남성들이 익숙한 게임 인터페이스를 똑 닮았다. 심지어 캐릭터의 레벨, 체력 등을 그래픽으로 띄워 시청자가 직접 AR 게임을 즐기는 듯한 느낌까지 준다.

그렇다고 ‘알함브라…’가 다른 시청자들의 외면을 받는 것도 아니다. TV드라마의 주력 시청자로 꼽히는 40대 여성도 꾸준히 두 자릿수 시청률(6회 기준 11.6%)을 유지한다. 이는 제작진이 기획 때부터 염두에 뒀던 ‘투 트랙 전략’을 잘 풀어낸 결과로 보인다. 잘나가는 사업가 현빈과 가난하지만 밝은 박신혜의 감칠맛 나는 ‘밀당’은 기존 로맨틱코미디 드라마 문법에 익숙한 이들의 이탈을 방지한다. 현빈 하면 떠오르는 현진헌(MBC ‘내 이름은 김삼순’)과 박신혜의 대표 캐릭터 차은상(SBS ‘상속자들’)이 자연스레 조화를 이뤘다. 여기에 스페인 그라나다의 아름다운 풍광도 한몫을 한다는 평을 받는다.

드라마에서 현빈이 ‘100조 원짜리 프로젝트’라고 표현한 이 게임. 우리가 이런 형태의 게임을 실제로 즐길 날이 올까. 현재 기술만으론 어렵지만 머지않은 미래에 대부분 구현 가능한 콘텐츠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선글라스 크기 정도로 소형화된 AR 체험 장비가 이미 나왔고, 위치기반 서비스의 기술이 개선되면 게임 캐릭터가 지형지물을 이용하는 등의 연출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정지영 명지전문대 소프트웨어콘텐츠학과 교수는 “콘택트렌즈 형태의 AR 체험 기기는 10년 안에 현실화될 것으로 본다”면서도 “현빈이 게임 중 처치한 라이벌이 실제로 사망하는 장면은 드라마적 상상력의 산물로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