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와 무역전쟁에 발톱 감추는 中 WSJ “中, 대체안 마련 나서… 점유목표 포기-공정경쟁 담길듯” 美일각선 ‘中의 분식 개혁’ 경계 美 겉으론 “기술탈취 독소조항 제거”, 속으론 기술패권 경쟁 우위에 초점
○ 중국 “중국제조 2025 대체할 계획 내년 초 발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2일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이 미국과의 무역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트럼프 행정부가 맹렬히 비판하고 있는 산업정책을 외국 기업의 접근을 확대하는 새로운 프로그램으로 대체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 신문은 “중국 고위층과 자문관들이 정보기술, 청정에너지 자동차, 로보틱스 등 첨단 기술 산업에서 선두가 되기 위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의 청사진인 중국제조 2025 대체안을 마련하고 있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WSJ는 중국제조 2025를 대체할 새로운 계획이 미중이 본격적인 협상을 시작할 내년 초에 나올 것이라고 전했다.
중국은 또 미국이 올해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을 맺으면서 강조한 ‘경쟁 중립성’ 원칙을 바탕으로 중국 국영기업과 민간기업, 외국 기업들의 공정한 경쟁을 유도하는 정책을 발표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쟁 중립성 원칙에 따르면 정부가 국영기업에 혜택을 줄 수 없다. 블룸버그는 중국이 중국제조 2025 중 일부의 달성 목표 시한을 2035년으로 미루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중국 국무원은 10일 발표한 ‘지방정부 장려 및 지원 강화 관련 통지’에서 2016년 통지에 있었던 중국제조 2025 관련 대목을 삭제했다. 2016년 발표한 같은 통지에서 국무원은 “중국제조 2025 시행을 촉진하고 산업 성장과 향상을 장려한 지방정부가 (중앙정부의) 우선적인 지원을 받을 것”이라고 밝혔으나 이번에 발표한 통지에서는 관련 부분이 빠졌다. 국무원은 이번 통지에서 “새로운 정세와 임무의 요구에 근거해 2016년 실시한 24가지 감독 및 장려 조치를 30개 조치로 늘리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시 주석은 13일 오후 공산당 중앙정치국 회의를 열고 “경제 체제 개혁 가속화” “시장화 개혁의 심화 견지” “전방위 대외개방 추동” “높은 수준의 개방 확대” 등을 결정해 미국이 요구한 구조개혁을 어느 정도 받아들일 것임을 시사했다.
○ 미국 “中 변화 겉치레 그칠 가능성” 회의론도
하지만 미국의 실제 의도는 미국의 첨단기술 산업을 위협할 수 있는 중국의 첨단기술 굴기 자체를 억제하는 데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중국제조 2025는 2025년까지 중국이 세계 경제를 제패하는 것을 뜻하고 우리는 이 계획이 무례하다고 지적했다. 중국은 이미 중국제조 2025를 포기했다”고 주장했다.
중국 내에서는 개혁개방 40주년을 맞은 올해 중복 투자 등의 비효율을 초래하는 국가 주도의 발전 계획인 중국제조 2025를 좀 더 시장 친화적인 방식으로 개선해야 경제 회복과 제조업 업그레이드가 가능하다는 지적이 계속 나오고 있다. 대미 무역협상 대표인 류허(劉鶴) 부총리가 이런 주장을 내놓는 그룹의 중심에 있다는 점이 의미가 크다. 하지만 국가 주도 발전으로 경제성장률을 떠받쳐 온 중국이 국영기업의 반발을 무마하고 구조개혁을 추진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런 한계 때문에 중국이 미국의 예봉을 피하기 위해 ‘분식 개혁’을 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WSJ는 “일부 미국 관리는 (중국 정부의) 변화를 진실이라기보다는 겉치레(cosmetic)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베이징=윤완준 zeitung@donga.com / 뉴욕=박용 특파원
2025년까지 중국을 인공지능(AI), 로봇, 정보통신, 청정에너지 자동차 등 첨단기술 산업의 리더로 만들겠다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청사진. 첨단기술 산업의 핵심 기술, 부품, 소재 자급도를 2020년까지 40%, 2025년까지 70%로 끌어올리겠다는 계획. 즉, 단순한 첨단기술 발전 계획이 아니라 미국에 대한 첨단기술 의존도에서 벗어나 세계 제일의 첨단기술 자급자족 국가가 되겠다는 원대한 계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