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아랍의 봄’ 진원지 튀니지, 12월 초부터 붉은 조끼 시위 시작 이집트, 반정부시위 사전차단 나서… 페북에 조끼사진 올린 변호사 체포
최근 튀니지에서 시작된 ‘붉은 조끼’ 시위대를 상징하는 로고. 튀니지 붉은 조끼 페이스북 캡처
11일 오후 이집트 카이로의 가장 큰 전통시장 칸 엘칼릴리, 이날 찾은 건설현장용 안전 장비를 파는 가게마다 노란 조끼는 자취를 감췄다. 익명을 요구한 한 소매상은 “지난주 경찰들이 찾아와 정부의 명령이라며 판매를 중단하라고 했다”며 “또 조끼를 대량으로 사려는 사람이 있다면 경찰에 신고하라고도 했다”고 말했다. 경찰이 노란 조끼를 대량으로 구매하거나 이를 파는 판매자를 ‘범죄자’로 규정해 체포할 것이란 소식이 알려지면서 판매를 모두 중단한 것이다.
이집트 현지 언론 및 AP통신 등에 따르면 최근 이집트 정부는 카이로뿐 아니라 북부 알렉산드리아 등 주요 도시에서 노란 조끼 판매 금지령을 내렸다. 10일 이집트 검찰은 노란 조끼를 입은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린 변호사 무함마드 라마단을 체포했다. 구체적인 혐의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검찰은 라마단이 반정부 시위를 선동할 의도가 있었는지에 대해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튀니지의 붉은 조끼 시위대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대규모 반정부 시위를 예고한 상태다. 정부의 무능과 부정부패가 물가와 실업률을 치솟게 했다는 이유에서다. 이들은 8일 발표한 성명을 통해 “붉은 조끼 운동은 튀니지 시민 모두에게 열려 있다”며 “튀니지 민족의 존엄성을 회복할 수 있는 첫 발걸음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집트의 아랍의 봄 8주년 기념일(내년 1월 25일)을 불과 한 달여 앞둔 시기라는 점도 이집트 정부를 긴장시키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 등을 얻어낸 프랑스 노란 조끼 시위대는 내년 5월 유럽의회 선거를 앞두고 정치세력화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이미 한 차례 시민 혁명을 통해 정권을 교체했던 이집트와 튀니지 국민들이 노란 조끼 시위를 계기로 반정부 시위를 본격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정부의 삼엄한 감시와 통제를 받는 아랍권 언론들은 노란 조끼 시위를 비판적으로 보도하고 있다. 친정부 성향의 이집트 유명 방송인 아므르 아딥은 최근 방송에서 “(프랑스 노란 조끼 시위는) 나라의 관광산업을 망치고, 나라를 뒤집어 버리겠다는 시도”라고 깎아내렸다.
카이로=서동일 dong@donga.com / 파리=동정민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