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고령사회 정책 대폭 수정
○ 로드맵에 어떤 내용 담겼나
가장 눈에 띄는 건 ‘자녀 의료비 경감’ 카드다. 정부는 2025년까지 초등학교 입학 전 아동의 의료비를 전액 지원하기로 했다. 일단 내년부터는 만 1세 미만 영아의 진료비를 임산부에게 일괄 지급하는 국민행복카드로 결제할 수 있다. 이 연령대를 만 6세까지 점차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에 쓰이는 재정은 지방자치단체위원회 예산을 활용할 방침이다. 도쿄 등 일본 지자체들이 시행하는 아동 의료비 지원을 모델로 삼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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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세 아동에게 월 10만 원씩 주는 아동수당은 사회적 논의를 거쳐 지급연령을 선진국 수준(만 15세 전후)으로 높일 계획이다. 이에 앞서 여야는 내년 9월부터 아동수당 지급대상을 초등학교 입학 전 아동(만 7세 미만)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또 내년부터 육아휴직 기간에 건강보험료 부담을 줄이기 위해 월 보험료를 직장가입자 최저수준(9000원)으로 내릴 계획이다. 현재는 휴직 전 월급을 기준으로 월 최대 3만1200원 수준까지 보험료가 부과된다. 육아휴직 초기에 휴직급여를 몰아 받는 방안도 추진된다.
자녀의 성(姓) 결정은 아버지 성 원칙에서 부모 협의 원칙으로 전환하고, 혼외자의 구별을 폐지하는 법 개정을 추진한다. 결혼하지 않고도 아이를 차별 없이 키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병원에서 출생 사실을 통보하는 ‘출생통보제’를 도입할 방침이다.
○ 속수무책 저출산, 결국 다음 정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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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발표에서 최근 논의돼 온 추가 대책이 빠진 점도 현 정부의 저출산 극복 의지에 의구심을 낳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로드맵 마련에 앞서 출산휴가 후 자동으로 육아휴직을 쓰는 ‘자동육아휴직제’나 노사가 함께 기금을 만들어 육아휴직 비용을 대는 ‘부모보험’ 등을 논의했지만 로드맵에 포함하지 않았다.
또 당장 저출산 극복이 어렵다고 보고 ‘저출산 사회 연착륙 방안’을 로드맵에 담을 예정이었지만 “연구가 더 필요하다”는 이유로 이 역시 빠졌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저출산 정책 기조를 ‘출산 장려’에서 ‘삶의 질 개선’으로 바꾼 건 의미가 크다”며 “다만 개별 정책들이 당장 저출산을 해결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꾸준히 추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윤종 zozo@donga.com·김하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