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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e설] 아버지 부시의 ‘Mission complete’(임무 완료)

입력 | 2018-12-07 15:24:00



1976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민주당 지미 카터 후보가 공화당의 제럴드 포드 대통령을 누르고 당선됐다. 포드 행정부의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이었던 조지 H.W. 부시의 마지막 임무는 동갑내기인 새 대통령에게 안보 현안을 보고하는 것이었다. 한 정보국원이 1980년대 중반 미국에 닥칠 위협을 브리핑하자 카터는 미소를 지으며 제지했다. “그 점은 걱정할 필요가 없어요. 그 때는 조지가 대통령이 될 것이고, 조지가 처리할 수 있을 겁니다.”

1989년 11월 9일 베를린 장벽의 붕괴와 함께 전 세계는 다시 핵 전쟁의 공포에 휩싸였다. 1989년 12월 몰타에서 미국의 부시 대통령과 소련 공산당 고르바쵸프 서기장의 극적인 담판이 성사됐고 소련은 공산주의 국가들의 체제 변혁에 개입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카터의 말처럼 부시 전 대통령은 1989년 미·소 정상회담, 1991년 전략무기 감축협정 등을 이끌어 냉전의 종식에 기여했다. 걸프전 승리도 이끌었다. 그의 국장(國葬)이 치러진 5일 워싱턴 국립대성당. 장례식을 집전한 성공회 러셀 레벤슨 신부는 이렇게 추도했다. “대통령 각하, 임무 완료(Mission complete). 잘 하셨습니다. 영원의 집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삶은 영원히 계속될 겁니다. 아멘.”



▷그의 장례식은 미국을 하나로 모았다. 관례대로 연방정부는 업무를 일시 정지했고 학교도 문을 닫았다. 뉴욕증시와 나스닥도 애도와 존경을 표하는 의미로 휴장했다. 지미 카터, 빌 클린턴, 아들 조지 부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그의 마지막 길을 함께했다. 라이벌이었던 95세의 밥 돌 전 상원의원은 휠체어에서 일어나 거수경례로 그에게 작별인사를 했다. 전직 대통령들을 멀리하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이날만큼은 화합의 자리에 함께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살아있는 미국의 전·현직 대통령 5명이 모인 건 역사상 5번 정도 밖에 없다”고 전했다.



▷세계 최강의 핵항공모함으로 꼽히는 조지 H.W. 부시함(CVN-77)은 그의 이름을 땄다. 미 해군의 상징인 니미츠급 최신예 항모에 미 해군 조종사 출신의 전쟁영웅의 이름이 주어진 것이다. ‘증세 반대’ 공약 번복과 그 유명한 클린턴의 선거구호 ‘문제는 경제다, 바보야(It’s the economy, stupid)‘에 밀려 재선에 실패했지만 그는 늘 국가를 위해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선택했다. 아버지 부시가 ’재선에 실패한 가장 성공한 대통령‘으로 평가받는 이유다.

2006년 10월 9일 열린 조지 부시함의 진수식은 조지 H.W. 부시의 딸이자 아들 조지 W. 부시의 여동생인 도로시 부시 코크 여사가 안전항해 기원의식(샴페인 브레이킹)을 했다.



길진균 논설위원 leon@donga.com
그래픽=채한솔 디지털뉴스팀 인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