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진 60대 구두수선공 안타까운 사연
주인 잃은 구두수선소 4일 발생한 지하철 3호선 백석역 온수배관 파열 사고로 숨진 송모 씨의 구두수선소. 주인을 잃은 구두수선소는 5일 철제 셔터로 굳게 잠겨 있었다. 5㎡ 크기의 작은 구두수선소에서 송 씨는 20여 년간 성실하게 일하며 두 딸을 키워냈다. 고양=김은지 기자 eunji@donga.com
5일 오전 경기 고양시의 한 장례식장. 지하철 3호선 백석역 온수배관 파열 사고로 4일 사망한 송모 씨(68)의 영정 앞에서 둘째 딸 윤아(가명·28) 씨가 엎드려 오열했다. 내년 결혼을 약속한 남자친구가 윤아 씨의 어깨를 감쌌다.
송 씨는 이날 윤아 씨의 결혼 일정을 상의하기 위해 딸, 예비 사위와 함께 식사를 하고 돌아가는 길에 사고를 당했다. 폭발 지점 인근을 지나던 송 씨는 갑자기 땅에서 수증기가 솟구치자 놀라서 차를 세웠다. 그 순간 배관이 터지면서 고압의 물줄기가 차를 덮쳤다. 차량 앞 유리창이 깨졌고, 섭씨 100도에 가까운 뜨거운 물이 차 안으로 밀려들었다. 송 씨는 황급히 뒷좌석으로 몸을 옮겼지만 밖으로 탈출하지 못한 채 전신화상을 입고 목숨을 잃은 것으로 경찰은 파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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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 씨는 오래전 아내와 이혼했고, 두 딸과도 따로 살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인 김모 씨(59)는 “불편한 몸을 이끌고 열심히 일해 혼자서 두 딸을 키워낸 ‘딸바보’ 아빠였다”면서 “내년 4월에 둘째 딸이 결혼한다고 자랑하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며 안타까워했다.
윤아 씨는 “홀로 계신 아버지가 외로우실까 봐 일주일에 한 번은 꼭 만났다”며 “식사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사고를 당하실 줄은 꿈에도 몰랐다”며 울먹였다. 맏사위 박모 씨(49)는 “이번 주말에 아내와 함께 장인어른을 찾아뵙고 식사하기로 했었는데 경찰에서 연락을 받고 너무 놀랐다”며 황망해했다.
경찰은 송 씨의 사망 원인을 밝히기 위해 6일 부검을 실시할 방침이다. 유족은 반대하고 있지만 유족 동의를 받지 않아도 부검을 할 수 있다. 사위 박 씨는 “사고 외에는 다른 사인이 있을 수 없는데 왜 굳이 부검을 하겠다는 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고양=김은지 기자 eunj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