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혼여성 울리는 갑질 여전
하지만 큰 기대와 달리 첫 만남부터 김 씨는 끔찍한 경험을 했다. 처음 만난 상대 남성이 스킨십을 요구하더니 “속궁합을 먼저 보자”고 한 것. 김 씨는 바로 자리를 떴다. 하지만 남성은 며칠 뒤 김 씨에게 연락해서는 같은 말을 반복했다. 이에 김 씨는 매니저에게 항의하며 환불을 요청했다. 하지만 A업체는 “(상대 남성을) 안 만나면 그만”이라며 환불을 거부했다.
결혼을 원하는 미혼 남녀의 간절한 심리를 이용해 결혼정보업체들이 고액 결제를 유도한 뒤 제대로 관리하지 않거나 문제가 발생해도 환불해 주지 않아 피해를 보는 소비자가 적지 않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2015∼2017년 3년간 결혼중개 피해구제 신청은 매년 250건 이상씩 총 781건이 접수됐다.
30대 여성 B 씨는 지난해 ‘5+10 프로모션’을 통해 횟수제 계약을 맺었다가 낭패를 봤다. 프로필에 소개된 것과는 직업, 키, 외모 등이 전혀 다른 남성이 나왔다. 2주에 한 번씩 만남을 주선한다던 매니저는 한 달이 지나도 연락이 닿지 않았다. 환불을 요청했지만 업체 측은 “10차례는 이벤트로 제공했기 때문에 환불해줄 수 없다”는 말만 반복했다. 거주지와 가까운 곳에 사는 상대방을 요청하며 계약을 했지만 차량으로 2시간이 넘는 거리에 사는 사람을 주선해 주거나 전문직이 아닌 사람을 소개해 달라고 명시했지만 변호사를 배정받은 이용자도 있었다.
성추행이 벌어졌는데도 업체 측이 무책임한 태도를 보여 분통을 터뜨리는 이용자도 있다. 김모 씨(27·여)는 상대 남성이 차량 안에서 안전벨트를 매주겠다고 하며 자신의 가슴을 움켜쥐는 일을 겪었다고 한다. 김 씨가 업체 매니저에게 따졌지만 “회원님이 너무 좋아서 그랬나봐요”라며 책임을 회피했다.
전문가들은 계약서를 작성할 때는 가입비, 계약 기간, 만남 횟수 등 약정 내용이 설명한 대로 기재됐는지 꼼꼼히 확인해야 하고, 피해를 본 소비자들은 적극적으로 관련 기관에 알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금융소비자원 조남희 대표는 “계약 내용과 다른 조건으로 만남을 주선할 경우 만남 횟수에 포함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계약서에 기재해야 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