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 비공식 대책팀 이야기… 佛배우 뱅상 카셀 IMF 총재역 맡아 까다로운 소재 과감한 도전 참신, 복잡한 상황 선악 이분법 접근 한계
영화 ‘국가부도의 날’에서 경제위기를 가장 먼저 예견한 한국은행 통화금융정책팀장 한시현 역을 맡은 배우 김혜수(가운데). 영화는 국가 부도까지 일주일이 남은 시점에 각기 다른 선택을 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엄성민 작가는 IMF와의 협상 때 비공개 대책팀이 있었다는 기사를 보고 시나리오를 썼다. ‘국가적 위기를 해결해보겠다는 사람이 나타났다면 어떨까’라는 가정으로 이야기를 전개한 것. 배우 김혜수가 맡은 한국은행 통화금융정책팀장 한시현이 그 인물이다. 한시현은 일주일 후 국가 부도가 닥칠 것이라는 보고서를 제출한다. 정부는 국가 부도를 막기 위해 대책팀을 구성하지만 위기를 즉시 국민에게 알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한시현과 이를 비밀로 하고 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해야 한다는 재정국 차관(조우진)이 팽팽하게 맞선다. 작은 공장을 운영하는 갑수(허준호)는 파산을 막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반면 경제 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눈치 챈 금융맨 윤정학(유아인)은 달러 사재기부터 주가 폭락 시 큰돈을 버는 금융상품에 올인(다걸기)하고 강남 부동산을 싹쓸이한다. 영화는 외환위기 후 경제 양극화는 심화되고 서민은 점점 더 벼랑 끝으로 내몰리게 된 현실을 조명한다.
김혜수는 “시나리오를 보며 피가 거꾸로 솟는 기분이 들었다. 온몸으로 IMF 시대를 살아낸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말했다. 조우진이 극 중에서 쓰는 고압적이면서도 빈정대는 듯한 말투는 실제 공무원 회식 자리에서 만난 고위 공무원들의 말투에 상상력을 더해 만들었다고 한다. IMF 총재 역은 프랑스 유명 배우 뱅상 카셀이 맡았다. 유아인은 “‘돈 벌었다고 좋아하지 마’라는 대사를 좋아한다. 얼마나 눈먼 돈이고, 회한과 눈물이 들어있는 돈인지를 함축적으로 전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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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부도 상황을 이용해 돈을 벌려는 금융맨 윤정학(유아인)이 투자자들을 끌어모으는 장면. CJ엔터테인먼트 제공
김민 기자 kim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