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유아 인천대 역사교육과 교수
교육 정책의 방향은 학생이 실력을 쌓아 경쟁력을 갖도록 해줘야 한다. 하지만 본말이 전도돼 사교육비를 줄이는 게 최고의 목표가 됐다. EBS 연계 출제가 사교육비 절감에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 정확한 통계가 나올 것인지도 의문인데 사교육비 감소라는 이유만을 내세워 정상적인 교육과정의 훼손까지 감수해야 한다는 것도 의아하다. 수능은 학생들이 12년간 공부한 성과를 보여주는 시험이다. 그런데 절반 이상을 특정 교재와 유사하게 출제해 학교에서 교사의 수업을 듣는 것보다 교재 정답을 외우는 데 급급하게 만든다면 과연 학생들의 창의력과 사고력이 신장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미 학교 수업은 EBS 교재 문제풀이 수업으로 전락한 지 오래다. EBS가 아닌 사설 출판사의 문제집은 시장에서 외면받고 있다. 조만간 고등학교 교육과정이 무상교육이 되고 교과서도 비용 없이 제공하겠다고 한다. 하지만 EBS에 지나치게 기댄 상황에서 학생들은 교과서보다 EBS 교재를 공짜로 배부해 주는 것을 더 반기게 되지는 않을까.
교육의 경쟁력은 곧 미래의 경쟁력이다. 한국에서 아이를 낳고 싶지 않은 이유는 단지 사교육비 때문만은 아니다. 당장 표만 의식해 학생들의 실력을 키울 수 없게 만드는 교육정책과 열심히 공부해도 실력을 제대로 인정받기 어려운 불합리한 입시제도에도 그 원인이 있다.
교과서가 아닌 특정 교재의 내용이 절반 이상 출제되고, 선택자 수가 적은 과목을 선택할 경우 아무리 공부를 열심히 해도 맞히기 어렵게 출제되는 것이 상시화되어 버린 이런 시험이 12년간의 공부의 결실로 받아들여지는 현실은 합리적이지도, 정의롭지도 않다. 교육과 입시정책은 정확하게 산출하기도 어려운 사교육비에 연연하기보다 교육 본연의 목적에 맞게 정의롭고 합리적인 방향으로 개선되길 기대한다.
신유아 인천대 역사교육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