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운 정치부 기자
최 의원이 김 실장에게 보낸 문자 내용을 요약하면 이렇다. ‘청와대가 세 가지 정책 축을 고수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것이 흔들리면 문재인 정부도 흔들린다. 그러나 경제지표가 계속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소득주도성장에만 집착하기보다 혁신성장에 웨이팅(가중치)을 두겠다는 시그널이라도 줘야 한다.’
문자를 보내고 얼마 지나지 않아 김 실장으로부터 바로 전화가 걸려왔다. 그는 시종일관 예의바르게 “주신 말씀 잘 경청하겠다”고 했지만 “바꾸겠다”는 말은 끝내 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에 대해 야당은 “‘김앤장 시즌 2’가 시작됐다”며 비판에 나섰다. ‘김앤장’으로 불렸던 김동연 경제부총리와 장하성 전 대통령정책실장이 동시에 경질됐지만 정부 정책 기조는 하나도 안 바뀌었다는 것이다.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는 여권의 소득주도성장 집착에 대해 “버스가 잘못된 방향으로 달리고 있지만 운전자만 바뀌었다”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에서 여당은 고집스럽게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지키려는 김 실장과 청와대를 엄호하는 데 급급한 분위기다. 민주당은 야당의 경제 투 톱 교체 인사에 대한 사과 요구에 대해 대통령 인사권 침해라며 반발했다. 민주당은 13일 성명에서 “국민이 선택한 대통령이 자신의 철학과 국정목표를 실현할 인사를 임명하는 것은 헌법상 권한이다. 김성태, 김관영 원내대표가 대통령 사과를 요구한 것은 대통령의 인사권을 명백히 침해한 행태”라고 주장했다.
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과거 본인의 책 ‘문제는 리더다’에서 “정치는 더러운 것”이라고 썼다. 정치에서 고담준론을 경계하고 치열한 실용주의적 접근이 필요함을 강조한 말이다. 경제 위기는 위기라고 솔직하게 인정한 바탕 위에서 소득주도성장에만 얽매이지 않고 흑묘백묘(黑猫白猫)의 지혜를 발휘해야 할 때가 아닐까 한다.
김상운 정치부 기자 su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