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 뉴욕 특파원
BAT엔 제조업종 107개 회사가 입주했고 4000여 명이 일한다. 한국에선 창업보다는 안정적인 공무원을 선호하지만 여기선 거꾸로다. 이곳에서 만난 한 20대는 뉴욕시 공무원을 포기하고 제조업 창업에 도전해 ‘사장님의 꿈’을 키워 가고 있었다.
3년 전 이곳에 입주한 뉴욕 유일의 안경 제조회사인 로어케이스 공동 창업자 브라이언 벨라리오 씨는 “사업이 잘되고 있다. 요즘 사람들은 (저렴한 가격보다) 누가 어디서 어떻게 만들었는지를 더 신경 쓴다”고 말했다. 품질과 디자인, ‘뉴욕’이라는 브랜드 가치가 더해진 ‘메이드 인 뉴욕’ 안경은 스웨덴 일본 등으로 비싼 값에 팔려 나간다.
금융 엔터테인먼트 관광 등 세계 최고 서비스업 경쟁력을 보유한 뉴욕이 사양산업인 제조업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따로 있다. 첫째, 정보기술(IT) 로봇 인공지능(AI) 등의 첨단기술을 이용한 ‘제조업의 서비스화’로 도심의 작은 공간에서 고부가가치 물건을 생산하는 ‘도시 제조업’이 가능해졌다. 둘째, 중산층 일자리 창출에 제조업이 꼭 필요하다는 인식이다. 브라이언 콜먼 그린포인트매뉴팩처링디자인센터 사장은 “제조업 일자리는 학력 등의 진입장벽이 낮지만 성장 가능성은 크다”고 말했다. 뉴욕 제조업 평균 연봉은 5만1934달러(약 5897만 원)로 헬스케어 및 사회복지(4만8175달러), 음식류 및 숙박업(3만6547달러), 소매업(2만9767달러)보다 높다.
미국에선 제조업 일자리 앞에 여야가 따로 없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감세, 수입품 관세 정책으로 제조업 부활을 외치고 있다. 버락 오바마 전 행정부는 ‘리쇼어링’(해외 진출 기업의 미국 복귀) 정책을 추진했다. 최저임금 인상, 대학 등록금 인하 등 진보정책을 펼치는 앤드루 쿠오모 뉴욕주지사도 “‘내일’의 산업에 ‘오늘’ 투자하지 않는 경제는 ‘어제’의 덫에서 빠져나올 수 없다. 과학기술에 대한 투자가 우리 항로를 안내하는 ‘북극성’”이라고 말했다.
한국 제조업 가동률은 72.8%로 외환위기 이후 가장 낮다고 한다. 조선 자동차 등 주력 제조업이 크게 흔들리고 서비스업은 진입 규제의 늪에 빠졌다. 일자리가 나올 구멍이 콱 막혀 있는데 소득주도성장이 잘될 리 없다. ‘혁신성장’도 제조업 부활 없인 힘들다.
‘메이드 인 코리아’의 미래를 안내할 북극성은 도대체 어디서 반짝이고 있는 걸까. 새 경제 사령탑이 가장 먼저 답해야 할 질문이다.
박용 뉴욕 특파원 par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