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양대학 교수
미국은 북한과 회담을 하면서도 동시에 대북제재를 유지할 의지가 아주 강하다. 최근 중국과 러시아 그리고 한국까지 대북제재의 완화를 지지하고 있지만 미국은 이러한 움직임을 과거보다 더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다. 당연히 미국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이므로 미국의 허락 없는 대북제재 완화는 불가능하다. 미국의 희망은 거의 모든 북한의 무역을 사실상 불법으로 만드는 대북제재가 조만간 북한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북한의 경제난을 초래하는 것이다. 북한이 경제난을 극복하기 위해 핵 관련 양보를 할 수밖에 없는 상태에 빠지는 것이 현재 미국의 대북 전략을 결정하는 기본 희망이다.
한국 입장에서 보면 미국의 이러한 태도는 장단점이 있다. 미국의 전략은 북핵에서 진전을 가져올 수 없지만 한반도에서 매우 위험한 군사위기가 생길 가능성을 줄이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에 최후통첩을 던지지도 않고 2017년처럼 군사력을 사용하겠다고 하지도 않을 것이다. 이러한 태도는 강경파의 영향력을 가로막고 있다. 트럼프는 사실상 북한이 핵·미사일 실험만 하지 않는다면 오랫동안 기다려도 된다고 했기 때문에 비핵화가 즉각적으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군사력까지 사용해도 된다고 주장하는 강경파에 타격을 가했다.
한편으로 이러한 조건하에서는 남북한 경협의 재개가 거의 불가능할 것이다. 상징적이고 화려한 행사가 있겠지만 의미 있는 교류나 대북 투자, 대북 지원까지 여전히 꿈으로 남아 있을 것이다. 그래도 트럼프 대통령의 전략 덕분에 한반도가 다시 위기에 빠질 가능성이 줄어들고 있으므로 우리는 이 전략을 환영해야 한다. 그 전략의 기반이 환상이라는 것은 현 단계에서 아직 중요한 것이 아니다.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양대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