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구로병원 폐암치료
이승룡 고려대구로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좌)와 김현구 고려대구로병원 흉부외과 교수가 폐암환자의 치료 방법을 논의하고 있다. 고려대구로병원 제공
#2 폐암 환자 박모 씨(63)는 주 2회씩 호흡재활치료를 받고 있다. 암세포의 영향으로 폐 기능이 약해져 처음에는 호흡하기가 힘들었다. 계단은커녕 평지에서 100m만 걸어도 숨이 차 한참을 쉬어야 했다. 고려대구로병원 스포츠의학센터는 박 씨에게 걷기와 같은 유산소운동, 대근육 위주의 상·하체 근력운동을 처방했다. 물리치료사들은 박 씨의 갈비뼈와 등뼈를 마사지해 폐가 편안하게 호흡할 수 있도록 도왔다. 3개월 정도 호흡재활치료를 진행한 결과 박 씨는 치료 전보다 호흡량이 늘고 운동 능력이 3배 가까이 향상 됐다.
폐암, 작은 구멍에 로봇 팔 넣고 절제
로봇수술을 하는 집도의는 환자 옆이 아닌 로봇팔을 조종하는 콘솔에서 수술을 한다. 콘솔 화면에는 환자의 몸속을 눈앞에서 보는 것처럼 넓은 시야가 고화질로 펼쳐진다. 집도의가 콘솔에서 손가락을 움직이면 로봇팔에 붙어 있는 수술용 집게가 환자의 몸속에서 정확히 따라 움직인다. 내시경도 손목을 움직이듯 자유롭게 휘어져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 확대된 시야로 수술을 할 수 있다.
로봇으로 폐암수술을 하고 있는 김현구 고려대구로병원 흉부외과 교수. 고려대구로병원은 폐암수술에 로봇 다빈치 Xi에 장착된 로봇용 자동봉합기 ‘엔도리스트’를 이용한다. 혈관과 기관지 절제, 봉합을 로봇으로 직접 할 수 있어 수술 과정의 안정성을 남겼다는 평이다. 고려대구로병원 제공
폐암 절제술에 로봇수술이 적용되기 시작한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 이전에는 초기든 고령이든 가슴을 열고 갈비뼈를 부러뜨려 폐암 절제술을 해야 했다. 하지만 환자들의 통증과 호흡곤란 등 부작용이 심해 요즘은 폐암 절제술도 구멍 하나만으로 진행하는 싱글포트 흉강경 수술이나 로봇수술 등 환자의 상처를 줄이는 최소침습 수술이 진행된다. 김 교수는 “싱글포트 흉강경 수술이나 로봇수술은 기존 수술에 비해 위험이 작다”며 “회복도 빨라 암환자의 생존율을 높이는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2017년 아시아 최초로 로봇수술기만 이용한 폐암 수술에 성공해 국내외서 주목을 받았다. 폐암 수술에서 혈관과 기관지 절제는 수술 성패를 좌우할 정도로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기존 폐암 로봇수술 장비는 수술 과정에서 폐혈관, 기관지와 같은 중요 부분의 절제와 봉합은 흉강경용 수술기구를 이용해서 집도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었다. 이런 단점을 보완한 것이 고려대구로병원이 보유하고 있는 최신 수술용 로봇 다빈치 Xi에 장착된 로봇용 자동봉합기 ‘엔도리스트(EndoWrist)’다. 엔도리스트는 혈관과 기관지 절제, 봉합을 로봇으로 직접 할 수 있어 폐암처럼 큰 조직을 절개하는 수술에서 보다 정교하고 안정적인 수술이 가능하다.
호흡재활로 호흡곤란 줄이고 삶의 질 높여
폐암 환자들은 심·폐 기능이 약해지거나 수술 치료과정에서 폐의 일부를 잘라내기 때문에 수술 후 호흡에 어려움을 느끼게 된다. 절제 크기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수술로 폐를 잘라낸 환자들은 수술 전에 비해 20∼40% 정도 호흡능력이 저하된다. 주로 계단 오르기를 힘들어 하고 심한 경우 100m만 걸어도 숨이 차 한참을 쉬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환자들은 호흡에 부담을 느껴 점점 더 활동에 소극적으로 되고 체력이 떨어져 운동량이 줄게 된다. 그래서 근력 약화와 폐 기능이 더 약해지는 악순환에 빠진다.
한번 손상된 폐를 되돌릴 수는 없지만 재활로 폐 기능을 높여줄 수 있다. 고려대구로병원에서는 폐암을 비롯한 폐 질환 환자들을 위해 호흡능력을 향상시켜 주는 호흡재활치료를 실시하고 있다.
호흡재활이란 운동뿐만 아니라 교육, 영양, 정서적 상태 등 다학제적 통합 치료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호흡곤란 증상을 완화시키고 운동 능력을 최대한 끌어올려 삶의 질을 높이는 데 목적이 있다. 고려대구로병원 스포츠의학센터에서는 여러 과 전문가가 연계돼 각 환자에게 맞는 체계적인 관리와 재활 치료를 한다. 이승룡 고려대구로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는 “호흡기와 근력이 약해진 환자들은 집에만 갇혀 지내는 경우가 많다”며 “다시 정상 생활로 돌아갈 수 있게 재활 치료를 받으면 폐질환으로 인한 합병증, 재입원율, 사망률을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특히 폐 절제술 등 수술 전후의 호흡재활은 환자의 폐 상태를 최적화할 수 있으며 수술 후 합병증을 예방하고 빠른 회복에도 도움을 준다”고 말했다.
항암치료제 개발로 폐암 환자 수명 2∼3배 늘어
최근 표적항암제와 면역항암제 개발로 폐암 치료 성적이 좋아지고 있다. 중앙암등록본부의 최근 분석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1∼2015년) 폐암을 진단받은 환자의 5년 생존율은 26.7%로 10년 전보다 10.2% 늘었다. 특히 여성 폐암 환자의 생존율은 같은 기간 35.8%로 10년 전보다 15.7% 높아졌다.
표적치료제는 특정 유전자 변이를 표적으로 하는 약물로 정상세포를 공격하지 않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세포독성항암제에 비해 부작용 발생이 적다. 이레사, 타세바, 지오트립과 같은 대표적인 표적항암제들이 상피세포성장인자수용체 변이를 가진 폐암에서 큰 효과를 보이고 있다. 이런 표적항암제는 평균 10∼12개월 투여하면 약제내성이 생기는 문제가 있으나 다행스러운 것은 이런 환자들의 반 정도는 새로운 변이가 발견되면 이를 표적으로 하는 타그리소와 같은 새로운 표적항암제가 환자 치료에 사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면역항암제도 일부 폐암 환자에서 효과가 탁월하다. 면역항암제는 암세포에 의해 억제돼 있던 인체 면역세포를 활성화해 정확하게 암세포만 공격하도록 유도하는 약제다. 우리 몸을 지키는 면역계 T림프구가 암세포로 인해 비활성화돼 있는데 면역항암제가 T림프구를 활성화해 면역세포가 암세포를 공격하도록 하는 것이다. T림프구의 기억력을 이용하기 때문에 약효가 지속되는 기간도 길다.
면역항암제를 환자에게 직접 적용한 임상연구 결과가 2012년 처음 나온 이래로 면역항암제치료와 관련된 많은 긍정적인 임상결과물들이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국내에서는 일부 면역항암제에 치료 반응이 좋을 것으로 예측되는 비소세포폐암 환자에서 키트루다, 옵디보, 티센트릭 등의 사용이 건강보험을 적용받고 있다. 이 교수는 “표적치료제와 면역항암치료제의 개발로 폐암의 항암치료 부작용이 예전보다 많이 감소했다”며 “적절한 치료를 받을 때 폐암 환자의 수명은 10년 전에 비해 2∼3배 정도 늘어난다”고 말했다.
같은 항암제를 써도 환자마다 생존기간은 모두 다르다. 특히 폐암은 조직학적, 분자생물학적 유형에 따라 치료법과 반응이 크게 달라 처음 진단받을 때부터 분류를 확실하게 하고 맞춤형 치료를 받는 게 중요하다. 가장 효과적인 치료법을 찾아야 부작용을 줄이고 생존율을 높일 수 있다.
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