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거포’ 박병호(넥센 히어로즈)가 포스트시즌에서 자존심을 구기고 있다. SK 와이번스와 플레이오프(PO) 1∼2차전에서 8타수 1안타로 부진했다. 30일 오후 6시30분 열리는 3차전은 홈구장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다. 투수 친화적인 고척에서 OPS 1.244를 기록 중인 그는 반전에 성공할 수 있을까. 스포츠동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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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센 히어로즈의 기둥 박병호(32)는 페넌트레이스에서 400타수 만에 43개의 홈런을 쳤다. 순장타율(ISO)은 정상급 타자의 타율을 뛰어넘는 0.373에 달했다. OPS는 1.175였다. 홈런은 26경기를 더 뛴 김재환(두산 베어스·44개)에 한 개 뒤진 리그 2위, 순장타율과 OPS는 모두 1위였다.
하지만 포스트시즌(PS)에서 침묵이 길어지고 있다. 홈런타자의 가치는 단기전에서 더 빛난다. 경기 전체 흐름을 단숨에 바꿔버릴 수 있다. 그러나 빅게임에서 홈런타자는 집중 견제를 받는다. 이승엽 KBO 홍보대사는 “아이러니하게도 현역시절 포스트시즌 때 항상 컨디션이 최악이었다”고 기억했다. 단기전에서 유능한 포수는 특급 홈런타자가 타석에 서면 ‘볼넷이면 더 좋다’는 투수리드를 한다. 몸에 맞는 공을 각오하고 몸쪽으로 변화구를 던지고 스트라이크존에 한 참 미치지 않는 백도어 슬라이더를 던진다. 타자 입장에서는 마음이 급해지고 볼에 배트가 자기도 모르게 나가기 시작한다. 타격 슬럼프의 시작이다.
박병호는 올 시즌 SK의 홈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8경기 23타수 4안타 타율 0.174로 부진했다. 홈런은 2개를 쳤다. 올해 무려 236개의 홈런이 터진 리그 최고의 타자 친화적인 야구장에서 SK 배터리는 극도로 신중하게 박병호와 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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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고척 스카이돔에서 박병호는 다를 수 있다. 고척은 인천과 정반대로 투수 친화적인 야구장이다. 올 시즌 리그에서 가장 적은 156개의 홈런이 나왔다. 이 곳에서 박병호는 187타수에서 19개의 홈런을 쳤다. 2루타도 14개를 때렸다. OPS는 시즌 기록을 뛰어넘는 1.244, 순장타율도 0.379를 기록했다. 고척은 홈에서 펜스까지 좌·우 99m, 가운데 120m, 펜스 높이 3.8m로 그라운드가 큰 구장이다. 돔 특유의 공기 저항도 있고 종종 타자에게 행운을 주는 바람도 없다. 투수들은 본능적으로 타 구장보다 더 대담한 승부를 한다. 잠실처럼 2루타, 3루타를 만드는 깊은 좌·우 외야도 고척에는 없다.
박병호가 그토록 바라던 한국시리즈(KS) 진출에 성공하려면 3~4차전이 열리는 고척에서 팀을 벼랑에 몰린 팀을 구해야 한다. 박병호는 페넌트레이스 막바지에 “시즌 중 부상을 당해 올 시즌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그러나 최선을 다하는 동료들을 보며 큰 힘을 얻었다. 30홈런도 어렵다고 생각했는데 40개 이상을 쳤다. 다 팀원들 덕분이다. 올해 훌륭한 동료들과 더 많은 경기를 하고 싶다”고 바람을 전했다. 이제 다짐을 지킬 때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