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가 자말 카슈끄지의 살해 사건이 사전에 계획됐다는 점을 인정하며 닷새 만에 입장을 뒤집었다.
25일(현지시간) AP통신과 사우디 관영 언론 등에 따르면 셰이크 사우드 알 모제브 사우디 검찰총장은 이날 터키 수사 당국에서 증거를 제공받은 후 이번 사건이 ‘계획된 살해’인 것으로 판단했다.
알 모제브 총장은 성명을 통해 “검찰은 사우디와 터키의 합동조사위원회 통해 정보를 확보했다”며 “이것(터키의 수사에서 확보된 증거)은 이번 사건의 용의자가 계획적 의도로 범행을 저질렀음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알 모제브 총장은 사우디 검찰의 수사가 터키와 같은 결론에 이르렀는지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성명은 카슈끄지의 살해가 계획적인 범행이었다는 터키의 주장을 사실상 인정한 것으로 해석된다.
사우디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여러 차례 말을 뒤집었다. 지난 2일 카슈끄지가 이스탄불 주재 사우디 영사관에서 실종되자 터키 정부와 언론은 7일부터 그가 사우디 기관원들에 의해 살해됐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사우디는 카슈끄지가 살아서 영사관을 떠났다며 부인으로 일관하다 19일에야 사우디 조사원들과의 주먹다짐 끝에 사망했다고 처음으로 ‘사망’을 인정했다. 다만 사우디는 카슈끄지가 영사관에서 기관원들과 말다툼과 주먹다짐을 벌이다 우발적으로 사망했다고 해명했다.
이에 터키는 카슈끄지 사망 당일 사우디가 대역을 써 영사관에서 빠져나간 것 처럼 위장하는 동영상을 공개하며 ‘우발적 사망’ 주장을 반박했다. 레제프 타이이프 터키 대통령은 지난 22일 의회에서 “(카슈끄지 살해는) 사전에 치밀하게 계획된 야만적 살인”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역시 지나 해스펠 중앙정보국(CIA) 국장을 터키에 급파해 사건 관련 정보를 입수하고 있다. 이날 로이터통신은 해스펠 국장이 터키에서 카슈끄지 살해 정황이 담긴 오디오 녹음을 듣고 귀국했다고 전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