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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 코앞 수성서 행성 비밀 푼다

입력 | 2018-10-26 03:00:00



이달 20일 태양과 가장 가까운 행성인 수성(水星)을 향해 우주탐사선 ‘베피콜롬보’가 지구를 떠났다. 유럽우주국(ESA)과 일본항공우주개발기구(JAXA)가 공동 개발한 베피콜롬보는 남미 프랑스령 기아나 우주기지에서 ‘아리안 5’ 로켓에 실려 발사됐다.

이번 임무는 1973년과 2004년 미국이 수성에 탐사선을 보낸 데 이은 역대 세 번째 수성 탐사다. 베피콜롬보를 구성하는 수성궤도선(MPO)과 수성자기권궤도선(MMO)은 2025년 수성에 도착해 1년간 각각 수성의 극궤도와 고타원궤도를 돌며 수성과 주변 환경을 동시에 관측하게 된다. 다른 행성에 2개 이상의 궤도선을 동시에 보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과학자들이 수성 탐사를 이어가는 이유는 다른 행성들에선 얻을 수 없는 새로운 단서들 때문이다. 수성은 태양계 행성 중 유일하게 대기층이 없다. 지구의 경우 대기권과 자기장이 방어막처럼 지구 전체를 감싸고 있는 반면 수성은 대기가 희박하고 회전축의 20% 정도에만 지구 100분의 1 수준의 약한 자기장이 분포한다. 이 때문에 태양에서 날아오는 중성자, 이온 등이 그대로 수성 표면에 충돌해 흔적을 남긴다. 전문가들은 이런 흔적들을 분석하면 태양과 행성 간 상호작용을 낱낱이 밝혀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수성의 대기가 어떤 과정을 거쳐 사라졌는지, 수성에 물이 존재하는지 등에 대한 다양한 가설들을 검증하는 것 역시 베피콜롬보의 주요 임무 중 하나다.

수성은 외핵이 거의 없는 암석형 행성이기도 하다. 지구, 화성 등 암석형 행성의 핵은 보통 액체 상태의 외핵과 고체 상태의 내핵으로 이뤄져 있다. 이 중 유체인 외핵의 흐름이 자기장을 만들고 지각 변동과 같은 자연적인 변화를 일으킨다. 하지만 행성의 수명이 다하면 핵의 온도가 서서히 떨어지면서 외핵이 굳어 단단한 내핵만 남게 된다. 최영준 한국천문연구원 우주과학본부장은 “수성의 자기장이 매우 약하다는 것은 외핵이 거의 남아 있지 않다는 뜻”이라며 “내핵이 거의 밖에 드러나 있는 것과 다름없어 행성 형성과 관련된 중요한 단서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교적 가까운 행성임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수성을 탐사하는 것은 태양 탐사만큼이나 쉽지 않았다. 수성이 태양에 가장 가까이 위치해 있어 탐사선 선체와 각종 관측, 통신 기기들이 뜨거운 열과 강한 태양풍의 영향을 이겨낼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수성 표면온도는 섭씨 450도에 이른다. 태양의 강력한 중력 영향을 받는 만큼 탐사선을 정확히 수성궤도에 진입시키는 것도 난제였다.

베피콜롬보는 총 9번의 ‘스윙바이’를 통해 수성궤도에 진입한다. 스윙바이는 행성의 중력을 이용해 추진력을 얻어 궤도를 조정하는 항법이다. 베피콜롬보는 2020년 4월 다시 지구 근처로 돌아와 스윙바이를 하고, 두 번의 금성 스윙바이를 거쳐 6번의 수성 스윙바이를 통해 수성궤도로 들어갈 예정이다. 7년 동안 지구와 수성 간 직선거리의 약 100배에 이르는 90억 km를 날아 수성에 도착하는 것이다.
 
송경은 동아사이언스 기자 kyunge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