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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2차정상회담,연내일까 내년일까…美중간선거에 달렸다

입력 | 2018-10-24 11:50:00


북미간 북한 비핵화협상이 소강상태다.

이달 초 마이크 폼페이오 장관의 평양방문을 계기로 곧 북미정상회담이 열리고 비핵화에 돌파구가 열릴 것이라는 기대가 한껏 부풀었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이례적으로 폼페이오 장관을 크게 환대하고 5시간반 동안 협의를 거듭하는 모습은 김위원장이 비핵화에 진정성을 가지고 있다는 분위기를 조성하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북한은 이미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에 맞춰 이중플레이를 준비하고 있었다. 그 하나가 최선희 외무성 부상이 폼페이오 장관의 평양 방문에 맞춰 베이징으로, 모스크바로 바쁘게 돌아다닌 것이다.

최부상은 자신의 실무협상 파트너라고 발표된 스티브 비건 국무부 특별대표가 평양을 방문하는데도 바람을 맞혔다. 대신 중국과 러시아를 설득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완화 필요성을 강조하는 공동성명을 이끌어냈다. 그 뒤 북한 공식 언론 매체들은 매일같이 대북제재완화를 촉구하는 글을 싣고 있다. 북한이 당분간 제재완화에 초점을 둘 것임을 보여주는 행보다.

미국도 나름 북한과 시간 싸움을 벌이고 있다. 폼페이오 장관이 평양에서 돌아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북미정상회담이 다음달 6일 미 중간선거 이후에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 말이 나오기 전까지는 선거 전에도 회담이 열릴 수 있다는 전망이 유력했었다.

그뒤 미국은 갈수록 회담 시기를 늦추고 있다. 대북 강경파로 분류되는 마이클 볼턴 백악관 안보보좌관은 지난 22일 정상회담 시기를 내년으로 늦췄다.

그의 발언에 한국 정부는 민감하게 반응했다. 청와대는 아직 북미간에 정해진 것이 없으니 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그러나 이는 북미정상회담이 늦춰지면 정부가 구상해온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서울 답방과 연내 종전선언 채택 일정이 어긋날 것을 우려한 초조감을 드러낸 것으로 비쳐진다.

청와대 말이 아주 틀린 것은 아닐 것이다. 아직 일정이 확정되지 않은 북미정상회담이 갑자기 개최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일이다. 특히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이달 중에 북한과 고위급회담을 미국에서 갖자고 북한에 제안했다. 비건-최선희 실무협상에 북한이 응할 기미를 보이지 않자 고위급이 먼저 만나자고 북한에 던진 것이다.

그런데 북한은 이마저도 무시하는 분위기다. 폼페이오 장관의 공개 제안에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폼페이오 장관이 체면을 구긴 셈이다.

그러자 볼턴 안보보좌관이 나섰다. 굳이 안해도 될 말을 일부러 했다. 그는 22일 모스크바의 라디오 방송과 가진 인터뷰에서 앵커의 질문과 동떨어지게 답변했다. 슬쩍 북미 정상회담이 내년 1월1일 이후에 열릴 것같다고 흘린 것이다. 정작 라디오 방송은 이 답변 내용을 빼고 보도했는데 모스크바 주재 미 대사관이 인터뷰 내용에 일부러 넣어서 공개했다. 정황상 볼턴 보좌관이 정상회담 시기를 늦출 수도 있음을 의도적으로 북한에 알리려 한 것으로 보인다.

비핵화협상이 소강상태로 접어들면서, 북한도 미국도 상대를 간접적으로 압박하는 분위기다. 물밑 신경전이 한창이다. 북한은 노동신문과 조선중앙통신이 논평으로, 미국은 폼페이오 장관과 볼튼 보좌관이 상대에 대해 이런 저런 주문을 하면서 압박하고 있다.

그러나 양측의 상호 압박은 비교적 절제돼 있다.

북한 노동신문과 조선중앙통신의 논평은 개인 명의의 글일 뿐이다. 외무성이나 국무위원회의 성명이 아니어서 비공식적이다. 그런데 신랄하고 무례한 용어 사용으로 악명이 높은 북한 매체의 대미 논평이 점잖은 톤을 유지하고 있다. 다소 이례적일 정도다. 이런 태도는 북한이 논평에서 제재 완화를 한껏 촉구하면서도 제재 완화가 당장 안된다고 해서 미국과 협상을 걷어차진 않을 것이라고 전망하는 근거가 된다.

미국도 북한과 협상 당사자인 폼페이오 장관은 북한의 태도에 대해 이렇다 저렇다 의견을 내놓지 않고 있다. 그는 북미 정상회담을 위한 실무적 준비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다. 지난 주 비건 특별대표를 유럽으로 보낸 것은 북한에게 만나고 싶으면 유럽으로 오라는 간접적 메시지였다. 북한이 여전히 모른 척하자 직접 나서서 이달 중에 미국에서 고위급회담을 갖자고 던졌다. 폼페이오 장관의 행보는 미국이 북한에게 서둘러 만날 것을 종용하고 있음을 드러낸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간선거 이후라고만 했을 뿐 연내에 열릴지, 내년에 열릴 지에 대해 직접 발언하지 않고 있다. 그의 참모들인 폼페이오와 볼튼이 나서서 어떻게 하는지 지켜볼 뿐이다. 폼페이오는 회담 준비를 서두르고 볼턴은 되도록 늦춘다. 트럼프 대통령 성향상 직접 나설 법도 하지만 공화당 패배가 예상되는 중간선거가 발등의 불이어서 나설 짬을 내기가 여의치 않을 것이다.

소강상태 속의 신경전. 북미 정상회담을 둘러싼 분위기가 이렇게 흘러가는 것은 미국 정치 일정 때문이다. 북한은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민주당이 참패하지 않을까 지켜보고 있다. 자칫 상하원을 모두 민주당이 석권하면 트럼프 대통령이 탄핵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가 탄핵 가능성이 높아지면 북한은 대미 전략을 처음부터 다시 짤 수밖에 없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폼페이오 장관에게 미국이 북한과 신뢰를 조성하는 조치를 취해주면 모든 핵을 공개하고 포기할 수 있다고 말한 것으로 일본 아사히 신문이 보도한 적이 있다. 이 말은 지난 6월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에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폼페이오 장관한테는 보다 구체적으로 설명했다고 한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그러나 신뢰 조성 조치에 대해 자세히 부연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당초 우리 정부는 종전선언이 신뢰 조성 조치의 핵심일 것으로 판단하고 이를 밀어부쳤지만 정작 북한은 대북제재 완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김정은이 직접 제재를 완화해 달라고 폼페이오에게 사정조로 말하진 않았을 것이다. ‘최고 존엄의 영상을 흐리는 일’이기도 하고 요구조건을 구체화하면 나중에 빠져나갈 구멍이 없어진다는 협상전략의 측면도 고려한 행보로 보인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유럽 순방길에 유럽국가들을 상대로 대북제재 완화를 설득했다. 그러나 반응은 신통치 않았다. ‘혹 떼려다 혹붙인 격’이라는 평마저 있을 정도다.

북한은 중국과 러시아, 그리고 한국을 제재완화 전선(戰線)의 우군으로 삼았다. 그러나 미국도 유럽도 일본도, 어떤 서방국가들도 그런 요구에 호의적이지 않다. 북한이 비핵화에 앞서 서방의 대북 제재 전선에 작은 흠집이라도 내기가 어려워 보인다. 북한도 모르지 않을 것이다.

결국 북한이 제재완화 목청을 높이는 것은 소강국면이 불가피한 시기에 큰 기대없이 벌이는 ‘강태공 낚시질’에 가깝다. 미국 중간선거가 끝나고 결과가 나오면 미국도, 북한도 다시 판을 짜는 시간을 가질 것이다. 그 시간이 얼마가 될 지는 미국 국내정치 상황에 따라 달라질 전망이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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