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이 파나마와의 축구국가대표팀 평가전을 하루 앞둔 15일 충남 천안종합경기장에서 훈련을 하고 있다. 올해 자신의 마지막 A매치를 앞둔 손흥민은 12일 우루과이전 페널티킥 실축 등으로 구겨진 자존심 회복을 벼르고 있다. 천안=뉴스1
손흥민의 A매치 골 기록은 2018 러시아 월드컵 독일전(6월 27일)에서 멈췄다. 벤투호 출범 이후 주장을 맡았지만 한국이 2승 1무를 기록한 세 번의 평가전에서 득점을 올리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다. 그사이 두 차례 페널티킥을 실축하며 자존심을 구겼다. 손흥민은 우루과이(FIFA 5위)와의 평가전(12일) 직후 “(실축을) 계속 생각하면 짜증이 난다”며 “이제는 페널티킥을 차지 않으려 한다. 난 아직도 많이 부족한 선수”라는 그답지 않게 주눅 든 소감을 남겼다.
‘벤투호 2기’의 마무리 과제로 에이스(손흥민) 기 살리기 문제가 떠오른 것이다. 앞서 대한축구협회는 손흥민의 소속팀 토트넘과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에는 손흥민을 차출하는 대신 11월 A매치에는 그를 뽑지 않기로 합의했다. 이번 경기를 끝으로 토트넘으로 돌아가는 손흥민은 내년 1월 아시안컵 기간(본선 3차전 이후)에 대표팀에 복귀한다.
손흥민에게 이날 경기는 그간의 골 침묵을 깰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파나마는 12일 일본과의 평가전 0-3 완패를 포함해 최근 6경기(A매치) 연속 패배를 안을 정도로 약체로 평가받는다. 토트넘에서의 올 시즌 8경기(리그 및 각종 컵대회)를 포함해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 키르기스스탄과의 조별리그 3차전(8월 20일) 결승골 이후 14경기 연속 골이 없는 손흥민이 반전의 계기로 삼을 수 있는 좋은 제물로 꼽힌다.
9월 첫 출항 이후 순항해온 벤투호의 ‘허니문 기간’을 완벽하게 매듭짓기 위해서도 손흥민의 골이 간절한 경기다. 그에게 A매치 첫 경기부터 주장 완장을 채운 벤투 감독은 자신의 축구 철학 전파자이자 상징이 될 선수로 손흥민을 앞세웠다. 또한 손흥민은 현재 대표팀 선수 중 가장 많은 A매치 골(23골)을 넣은 주포다.
“경기를 지배하고 역동적으로 움직이겠다. 최대한 상대를 압도하겠다.”
상대가 바뀌어도 벤투 감독의 철학은 변함이 없었다. 그동안 벤투 감독은 토대 유지를 강조하며 경기별 선수 구성에 큰 변화를 주지 않았다. 그 대신 ‘지배하는 축구’ 철학을 짧은 소집 훈련 기간에 이식하기 위해 세르지우 코스타 수석코치를 비롯한 ‘벤투 사단’은 고도로 분업화된 지도 방식으로 후방 빌드업(공격 전개), 짧은 볼 터치, 전방 압박 등을 세밀하게 다듬었다. 직접 조련한 기간이 늘어나면서 벤투 감독의 선수 파악 정도도 높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준희 KBS해설위원은 “과거에 비해 전체적인 경기 템포가 빨라지고 백패스가 줄었다. 벤투식 축구의 큰 그림이 자리를 잡아가는 분위기”라며 “이젠 디테일을 다듬는 작업이 필요하다. 후방 빌드업에 여전히 기술적 세밀함이 부족한 장면이 나온다”고 평가했다.
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