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은 어제 판문점에서 고위급회담을 갖고 동·서해선 철도 및 도로의 연결과 현대화를 위한 착공식을 11월 말∼12월 초에 갖기로 합의했다. 남북은 이달 하순부터 경의선 철도를 시작으로 현지 공동조사에 들어간다. 남북 간 철도 및 도로 연결은 북한의 개혁 개방을 촉진하고 교류협력을 증진시킬 핵심 인프라라는 점에서 필요한 사업이다. 비핵화가 이뤄져 남북 경제협력이 본격화하는 시기가 오면 한국 기업에도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착공 시기와 속도의 적절성, 대북 제재 시스템 속에서 요구되는 절차를 소홀히 한 점이다.
남북이 어제 합의한 착공식이 단절 구간의 연결에 국한되는지, 아니면 북한 내 전 구간을 현대화해주는 방대한 사업을 의미하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만약 후자까지 포함한 합의라면 유엔 제재의 근간을 정면으로 위배하는 일이 될 것이다. 정부는 비핵화가 진전을 보기 전까지는 단절 구간 연결이라는 상징적 공사에 국한하고 북한 내 구간 현대화는 비핵화 완료 후의 장기적 계획이라고 유엔이나 미국을 설득해야 할 것이다. 단절 구간 연결에 국한된 착공이라 해도 먼저 제재 적용 면제를 명확히 받아낸 뒤에 추진됐어야 마땅했다. 장비 및 물자의 북한 반입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그동안의 한미 간 협의를 통해 이 문제를 논의해왔기 때문에 큰 틀에서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기대한다. 하지만 8월 말 경의선 철도의 북측 구간 조사계획이 비무장지대(DMZ)를 관리하는 유엔군사령부의 불허로 무산된 바 있듯이, 미국 등 국제사회는 한국이 대북제재에서 이탈하려는 조짐이 아닌지 매우 민감하게 여기고 있다. 더구나 미국은 제재 강화에 더욱 공을 들이는 상황이다. 연내 착공이라는 시한에 쫓긴 나머지 유엔 및 미국과 사업 수위와 속도를 충분히 협의하고 제재 적용 면제 승인을 받는 정상적 절차를 소홀히 할 경우 역효과를 빚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