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년 암으로 숨진 이상엽 생도 유족, 연금에 아들 저금통 돈 더해 기부 “후배 생도들 꿈 이루는데 도움되길”
육군사관학교에 재학 중이던 1987년 위암으로 순직한 고(故) 이상엽 소위의 아버지 이승우 옹(84·왼쪽)이 정진경 육군사관학교장에게 31년간 모은 유족연금 등 1억 원을 육사발전기금으로 전달하고 있다. 육사 제공
“이 돈은 아들이 못다 이룬 꿈의 값입니다. 후배 생도들의 꿈을 이루는 데 작은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8일 서울 노원구 공릉동 육군사관학교를 방문한 이승우 씨(84)는 감회 어린 표정으로 기부증서를 육사 측에 건넸다.
증서를 전달받은 정진경 육사 교장(중장)은 “참으로 장한 결심을 하셨다”며 “육사 발전에 큰 밑거름으로 삼겠다”고 답했다. 이 씨는 이날 1억 원을 재단법인 육사발전기금(이사장 길형보)에 출연했다. 31년 전 육사 재학 중 암으로 투병하다 먼저 떠난 아들 이상엽 소위의 유족연금을 꼬박 모은 돈이다.
육군에 따르면 이 소위는 경성 중·고교를 졸업한 후 1984년 육사 44기로 청운의 꿈을 안고 입학했다. 1학년 생도 시절부터 학업은 물론이고 체육, 리더십 등에서 두각을 나타낸 그는 우수 생도로 선발돼 미 육군사관학교인 웨스트포인트로 파견되기도 했다. 모든 분야에서 솔선수범하면서 다른 생도들을 이끄는 그를 학교 측에서도 높이 평가했다고 육군은 전했다.
하지만 생도 2학년 시절 평소와 다른 몸 상태로 병원을 찾은 그는 위암 판정을 받았다. 병세가 상당히 진행됐다는 청천벽력과도 같은 비보였지만 이 소위는 가족에게 전화를 걸어 “걱정하지 마시라”며 의연하게 재기 의지를 불태웠다고 한다. 이후 당시 미국 내 가장 큰 군 병원인 월터리드 육군의료센터에서 치료를 받던 이 소위는 1987년 21세를 일기로 숨을 거뒀다. 이후 육군 소위로 순직 추서돼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됐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