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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부살해 혐의’ 무기수 김신혜, 재판 다시 받는다

입력 | 2018-10-04 03:00:00

강압수사에 의한 거짓자백 논란
大法, 복역 18년만에 재심 확정




대법원이 친부살해 등의 혐의(존속살해 및 유기치사죄)로 2001년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김신혜 씨(41·여·사진)의 재심 개시를 확정했다.

대법원 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지난달 28일 김 씨 사건의 재심을 결정한 법원의 판단에 대해 검찰이 ‘재심의 실익이 없다’며 청구한 재항고를 기각하고 재심 개시를 확정했다고 3일 밝혔다. 대법원은 “관련 법리에 비추어 봤을 때 1심의 재심 개시 결정을 유지한 원심의 조치에 법률상 위반이 없다”고 밝혔다. 복역 중인 무기수의 재심 확정은 처음이다. 앞으로 법원은 김 씨 사건을 다시 재판해 유무죄를 판단한다.

앞서 검찰과 경찰의 조사에 따르면 김 씨는 2000년 3월 7일 오전 1시경 전남 완도군 완도읍의 아버지(당시 52세·장애인) 집에서 미리 준비한 양주와 수면제 30알을 아버지에게 먹였다. 이후 아버지를 승용차에 태우고 돌아다니다 숨지자 같은 날 오전 4시 집 근처 버스정류장에 시신을 버렸다. 김 씨는 사건 발생 이틀 뒤인 3월 9일 경찰에 긴급체포됐다. 경찰은 아버지로부터 평소 성적 학대를 받아 온 김 씨가 아버지 명의로 보험 8개를 가입한 뒤 교통사고로 위장해 보험금 8억 원을 타내려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사건 초기 범행을 자백했던 김 씨는 이후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돌연 무죄를 호소했다. 김 씨가 “동생이 아버지를 죽인 것 같다”는 고모부의 말을 듣고, 동생을 대신해 감옥에 가기 위해 거짓 자백을 했다며 기존 진술을 뒤집은 것이다. 하지만 2000년 8월 1심 재판부는 김 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고, 2심을 맡은 광주고법도 김 씨의 항소를 기각했다. 2001년 3월엔 대법원이 상고를 기각하면서 형이 확정됐다.

그러나 2014년 김 씨의 사연을 알게 된 대한변호사협회가 조사에 착수했고, 이듬해 1월 광주지법 해남지원에 재심을 청구했다. 재심 지원에 나선 변호인 측은 김 씨의 서울 집에 대한 압수수색이 영장 없이 이뤄졌고, 당시 민간인 1명이 압수수색에 참여했으나 경찰 조서에는 경찰관 2명이 압수수색을 한 것으로 돼 있는 등 수사 절차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현장검증이 강제로 이뤄졌다는 당시 의무경찰의 진술도 나왔다. 법원은 같은 해 11월 “경찰 수사에 절차상 문제가 있었고, 강압성이 인정된다”며 김 씨 측의 주장을 일부 받아들이고 재심 개시를 결정했다. 검찰은 법원의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항고했다. 하지만 지난해 2월 광주고법이 이를 기각했고, 검찰은 다시 항고를 해 대법원까지 올라갔다. 김 씨의 재심 공판은 1심 재판이 열렸던 광주지법 해남지원에서 열릴 예정이다.

김윤수 기자 y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