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사는 조상이 돌아가신 날 지내는 기일(忌日) 제사만 있었지 명절 차례는 없었는데 근대에 들어와 일제강점기 때부터 명절 차례가 생겼다. 퇴계 이황의 집안처럼 전통 있는 집안에서는 기일 제사에 충실하려고 하지 명절 차례는 지내지 않는다고 한다. 명절 차례가 기일 제사에 더해 또 다른 부담을 더하는 것이라면 하지 않은 것만 못하다.
▷집성촌을 이뤄 살던 농촌사회에서는 기일이면 가족이 다 모일 수 있었으나 산업화와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뿔뿔이 흩어진 가족들은 국가적 공휴일인 명절에나 모일 수 있게 됐다. 차례를 단순히 조상에게 절을 올리는 것으로만 보지 않고 후손들이 차례를 위해 준비한 음식을 나눠 먹으면서 화목을 도모하는 과정이라고 보면 요새는 더 많은 후손들이 모일 수 있는 명절 차례가 더 의미 있다고 볼 수도 있다. 다만 명절에 며느리들이 가장 싫어하는 게 시댁 가서 바닥에 주저앉아 다리가 저리도록 전 부치는 일이라고 한다. 상 차리는 과정에서 불필요한 스트레스를 주고받을 바에야 치킨을 시켜 나눠 먹더라도 가족이 화목하게 지내는 게 명절 차례를 지내는 본래 정신이다.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